반드시 부자가 돼야 하는 건 아니야
부자가 되기를 꿈꾸었던 어느 공무원의 고백
내가 처음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직해서 사회초년생 시절 부자가 되고 싶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종잣돈이 모이고 나니 그동안 그렇게 맹목적으로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살아왔던 것에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순간에 어떤 책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하나의 삶의 가치관과 삶을 사는 방식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돈을 무조건 많이 버는 게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할수록 노동 강도는 세지고 근무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은 전문적이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해서라도 더 벌고 싶어 할 수 있다.
나도 공무원에 입직해서 박봉의 월급을 받고 나니 이 일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적은 월급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으려고 커피는 무조건 저가 커피만 먹고 웬만하면 나가서 먹지 않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옷이나 차 같은 소비자산을 사기보다 예금, 적금, 주식 등을 통해 돈을 불려 나갔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는 부자가 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기준이다. 앞으로 계속 몇십 년 근무한다고 해도 부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내가 지금에 와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얼마만큼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지라는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비싼 옷과 멋진 자동차, 그리고 화려한 집과 값비싼 음식들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부자가 될 정도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리스크 있는 사업이 크게 성공한다든지 기업에서 임원배지를 단다든지 해야 한다. 그렇게 부자가 되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피나는 노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자신이 없다.
나는 적당한 업무 강도와 짧지도 길지도 아닌 평균적인 근무시간을 원했고 주말에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얻으려면 많은 돈을 버는 부자의 꿈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은 월급이더라도 꾸준히 들어오는 돈은 질이 좋은 수입이라고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월급에 맞춰 내 삶에 맞게 생활수준을 계획할 수 있고 주말 같은 여가 시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돈을 버는 것도 다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버는 것인데 부자가 되려고 행복을 잃어버린다면 그건 인생의 방향설정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나는 현재까지 3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돈을 맹목적으로 아끼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살다 보니 삶의 행복이라든지 만족감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돈을 펑펑 쓰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무조건 부자가 되는 삶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부자가 되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러한 대가를 치르기보다 적은 월급으로라도 마음 편하게 일하며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런 삶도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부자 강박증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부자가 되려고 하다 오히려 자신의 삶이 과도한 욕심으로 피폐해지고 건강까지 잃게 되는 게 더욱 어리석은 선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