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민원 스트레스에 꼰대 상사 그리고 선거, 팬데믹, 태풍, 폭설, 장마 등 시도 때도 없이 불려 나가는 공무원...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그 돈 받고 공무원 왜 하니?라고 묻기도 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이다. 나도 입직하고 나서 이렇게 일하고 돈을 이 정도 받아야 해?라는 현타가 온 적도 많았으니까.
진로를 정하자!
대한민국 2030 세대라면 공감하겠지만 수능 하나만을 보고 공부해서 점수에 맞춰대학에 진학하고 1년 정도 캠퍼스 생활을 하고 나면 종종 대2병에 걸리는 학생들이 발견된다.
특히 남자 같은 경우는 군대에 갔다 오고 나면 갑자기 진로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런 불안감의 원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점수에 맞춰온 대학을 다니며 직업을 찾아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아이러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상 고등학교 시절 수험공부외에 다른 활동을 해볼 기회가 적어서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자신의 수능 등급을 바탕으로 대학교와 학과의 서열에 따라 자신의 점수대에 맞는 쪽으로 지원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이과에서 공부를 잘하면 의대를 가고 점수가 좀 낮으면 공대나 자연대, 문과에서 공부를 잘하면 법대나 경영대를 가고 점수가 좀 낮으면 인문대를 간다는 식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다.
공무원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적성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학교를 다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공무원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9급 공무원을 생각하고 대학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보기 때문이다. 응시자격에 학력제한이 없는데 굳이 비싼 대학 등록금 4년 동안 내가며 대졸 졸업장을 취득하고 공무원에 도전한다? 대졸자 우대 같은 것도 없는데 과연 공무원이 되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대학에서 하는 전공 공부가 9급 공무원으로 일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때 공딩(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고교생)의 비율이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공정한 채용방식
그렇다면 무엇이 대학생들을 공무원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일까? 경험자로서 이야기해보자면 그것은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기업의 채용방식은 까다로운 것이 많다. 스펙도 쌓아야 하고 자격증도 도움이 될까 싶어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하며 영어성적도 높으면 높을수록 유리하다. 면접도 봐야 하고 임원 면접도 봐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 넘어 산이다.
물론 잘 준비한다면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제도를 갖춘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소수가 될 수밖에 없고 합격과 불합격의 이유도 정확이 알지 모른 채 서류전형 탈락, 면접 탈락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공무원의 채용방식은 간단하다. 시험을 봐서 성적이 높으면 합격하는 것, 이것이 공무원 채용의 기본 원칙이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고 스펙도 보지 않는다. 대학교 어디 나왔느냐도 보지 않고 무슨 전공을 공부했는지도 보지 않는다 오로지 시험 성적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월급이 적기에 막상 입직을 하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취업을 하는 관문이 애매하거나 주관적이지 않고 상당히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내가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내가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
나 또한 기업들이 평가하는 스펙을 쌓는 게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방황도 많이 했었다. 그렇다고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되기 위해서 엄청난 공부량을 소화하며 경쟁에 내몰리며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어중간한 중소기업 들어가서 월급 떼일까 걱정하며 사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차라리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책 '돈의 속성'에 저자 김승호 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회장님, 좋아하는 일을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회장님이 말씀하셨다 "상관없어. 돈 버는 일을 해야 돼. 나 스스로 존재 해내 져야 해. 그다음에 좋아하는 거 하면 돼"
내 급여도 못 만들고 부모님께 용돈 받아서 쓰고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말씀이올시다.
일단 나 스스로가 세상에 설 수 있고 그럴 수 있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충고를 해주셨다.
나도 이 말씀에 동감한다. 내가 아무리 광고와 경제학을 좋아하고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해도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하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는 거고 좋아하는 걸 하지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