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조현병에 대한 인식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이야기들이 언론에 많이 비쳐서 그런지 이런 사람들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뭐 외국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나도 대학교를 1년 다닌 후 공군으로 입대를 하고 전역한 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두운 그림자가 나에게 찾아왔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에 진료를 받았더니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도 하게 되어 난생처음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때는 어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는 이후 대학교 생활에 명확한 비전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기가 있었고 몇 번의 휴학과 함께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이런 날 보고 아는 지인분이 9급 공무원을 장애 전형으로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때 나는 정신 질환으로 장애등급이 있는 상태였고 대학교 학점도 낮아서 사기업 같은 곳은 취업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전공은 국문학. 이대로라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의 대학생활은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자퇴를 하였다.
대학교를 자퇴한 후 바로 노량진으로 가서 학원을 등록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였다.
공시족이 된 나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3달 정도 수강을 하다가 혼자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동네 도서관에서 프리패스 강의를 끊고 혼자 인강을 들으며 시험 준비를 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기상을 해서 도서관으로 출근 아닌 출근을 하면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정신병원에서 아무것도 못할때와 비교하면 뭔가 미래를 위해 내 갈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게 생겨서인 것 같다. 사람이 바닥을 경험하면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데 나에게도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은 전략이야!
나는 달성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희망고문? 근거 없는 낙관주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장애 전형의 합격 커트라인부터 살펴봤다. 어느 정도가 합격선인지가 궁금했고 그에 따라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시험과목도 살펴봤는데 이 시기쯤에 공무원 수험 과목이 선택과목 수학, 사회, 과학, 행정법, 행정학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서 나는 수학과 사회를 선택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배워보지 못한 행정법이나 행정학보다는 수능 공부하면서 오랜 기간 공부했던 수학과 사회가 훨씬 수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수과목은 국어, 한국사, 영어이다.
더군다나 장애 전형은 합격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100% 다 잘하진 못해도 80% 정도만이라도 잘한다면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확신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공무원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나는 원래 언론사나 광고홍보 쪽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어릴적에는 연예인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예능 PD가 되고 싶기도 하였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 것 같은 기자나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카피라이터도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 살다 보니 여러 변수가 생기게 되고 그에 맞혀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일단 나에게는 밥벌이가 중요했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일자리를 갖는 게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꿈을 이루는 일은 잠시 미뤄두고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기 시작했다.
나의 스펙으로 언론사 취업이나 기자, AE와도 같은 직업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였다.
나에게도 직업이 생겼어요
그렇게 내 꿈은 한편으로 비껴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이제 직업이 생겼다는 생각에 마냥 기쁘고 발령 전까지는 유럽여행도 다니고 일본 여행, 제주도 여행까지 두루두루 다니며 여유를 즐겼다.
앞으로 어떤 공무원 생활이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때만큼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하기 힘든 일들을 하면서 인생의 추억을 만들자! 하고 마음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대학교 때는 군대까지 다녀오고 전역 후에는 취업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쉴 수 있었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