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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Aug 02. 2020

화분 사랑 그리고 와인

그 셋은 아무 연관 없습니다 

1. 화분과 사랑

안녕, 잘 부탁해. 

아주 오래전, 화분과 사랑을 빗댄 글을 보았다. 

사랑을 하는 것은 화분을 키우는 것과 같아서 너무 지나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그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머리로 이해하려 했던 것 같다. 그렇구나-


요즘은 화분을 키운다. 정확하게 말하면 들인 식물이 몇, 선물 받은 식물이 몇. 

내 하루도 이미 고단하기에, 볕을 쬐어주고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선물해야 하는 친구들은 들이지 않았다 (못했다). 그런데 게으른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몬스테라도 한 잎 두 잎 죽어가고, 마리에게 선물 받은 친구도 누렇게 말라가 이내 죽고 말았다. 몬스테라는 여름휴가를 핑계 삼았지만, 이름 모를 친구는 왜 죽었는지도 모를 일이라 그저 마음이 답답했다. 한참을 집에 두고 반성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결심이 들어 집 근처 꽃집에 갔다. 


내 생활 패턴을 들은 사장님은 선인장을 강력추천했지만, 안타깝게도 선인장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게으른 자에게도 욕심은 존재해서 푸릇푸릇한 잎을 가지면서도 관리가 쉬운 친구들을 집에 들이고 싶었다. 바질을 고르자마자 사장님에게 빠르게 반려당했고, 그중 고른 친구가 사진에 나온 친구다. 나무같이 생긴 아이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화분의 사이즈에도 딱 맞고 관리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아이. (역시 이름은 잊었다). 분 갈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사장님께 따져 물었다. 화분의 흙이 말라갈 때쯤, 물도 정말로 열심히 주는데- 심지어 오래 집을 비울 때에도 화분이 일 순위인데 왜 때문에 아이들이 말라갈까요-하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아이는 물을 주면 노랗게 말라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내 환기를 자주 해주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그 순간 조금 멍 해졌다. 내게 있어 노란 잎은 그저 물을 덜 주어서 생기는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선한 물을 공급해주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은 그것이 그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노력 없는 애정이 이런 것일까. 


새로 온 친구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문득 화분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주는 관심과 애정이 그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떤 화분은 더 많은 볕과 물을 필요로 하고, 어떤 화분은 조금은 무관심해도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체에 따라서 필요한 일조량, 물, 영양이 다르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사랑도 그런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 누군가는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그저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끼는 것. 내 욕심으로 혹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 채 과도한 사랑 혹은 부족한 사랑을 준다면 그 사랑은 말라죽고 말 것이라는 것. 화분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운다. 




2. 와인 

나에게 맞는 최적의 와인 양을 찾았다. 

딱 1병. 그 정도가 다음 날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취기를 즐길 수 있는 양이다. 

한 병이 넘어가면서부터 취기는 오를지 몰라도, 다음 날이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마시는 것이 나에게는 숙제이다. 


이번에는 영화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고, 짬짬이 책도 읽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평가받지 않는 시간. 


이번에 마신 와인은 조금 특이한 와인이었다.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개봉을 하면서도, 특이한 향이 나는. 이제부터는 술의 양을 줄이고, 좋은 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지. 그리고 기록도 빼놓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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