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도로 하루의 피곤함과 무기력 씻어 내려보아요
온몸과 마음이 꽁꽁 언듯 한 때가 있는데요.
특히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잔뜩 움츠러들어 한 여름의 나보다 3센티 정도는 작아진 기분입니다.
일요일이면 항상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곤 하는데, 떠나가는 주말이 아쉽고 다가오는 월요일이 천천히 오길 바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은 오고 후회와 함께 온 종일 은은한 피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곤 했습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는데, 밥을 먹고 모니터 앞에 앉으니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하품이 계속 났어요.
눈도 오고, 하고자 하는 일들은 자꾸 꼬여서 그저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어요.
겨우 일을 끝내고 돌아온 집은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겨울 이불은 또 어찌나 폭신한지요.
하지만 이렇게 눕는다면 몇 시간이고 일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간 한 두번 침대의 유혹에 빠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씻지도 않고 몇 시간을 의미 없는 스크롤과 대화들을 하다보면, 유일한 자유시간마저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우울해지고 모든 것을 미루고 싶어집니다.
이럴 때는 거창한 것을 하기보다는 우선 씻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커지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는데요. 특히나 누군가가 보는 일이 없다면 더욱더요. 하지만 오히려 씻기를 미뤄두고 쉬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들이 사실은 쉬는 시간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감정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다시 눕더라도 우선 씻고 눕겠다고 벌떡 일어나는게 좋아요.
이런 저런 일들로 신경 쓸 일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여러 감정들을 묻혀서 돌아오고는 하는데요. 하지만 얼룩을 빨리 씻어낼수록 잘 지워지는 것처럼, 슬픔과 힘들었던 기억도 빨리 씻어내는게 좋아요. 깊숙하게 남아버리기 전에 말이에요.
대게는 수용성이라 따뜻한 물로 몸과 마음을 녹이면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유난히 지친 날이면 부러 시간을 내어 좋아하고 아끼지만, 자주 쓰지는 못했던 값비싼 바디워시와 바디로션을 준비하곤 합니다. 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요.
요즘 욕실 조명을 끄거나 최소한으로 하고 씻는 '다크샤워'가 미국에서 유행이라고 해요.
누가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이 샤워가 알려지기 한참 전부터 다크샤워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자취방의 좁은 욕실에도 반신욕조를 따로 사서 쓸만큼 목욕마니아인데요. 안타깝게도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샤워부스가 등장하여 반신욕을 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캔들을 키고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온 몸의 감각에 집중하던 때가 그리워 비슷하게라도 불을 어둡게 하고 씻어보자!했던 것이 첫 시작입니다.
아낌없이 틀어둔 온수가 만들어낸 따뜻한 열기를 느끼며 떨어지는 물줄기에 몸을 녹여줍니다. 몇 분을 가만히, 바보처럼 물만 맞고 있어도 좋습니다. 아침처럼 분주히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 없이, 가만히 물줄기를 맞고 서 있어보세요. 뭉친 목과 어깨가 풀리고, 몸속 깊은 곳에서 '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요. 하루 새 쪼그라든 몸이 풀어지는 것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머리를 감으며 두피의 촉감을 느끼고, 바디워시로 거품을 내어 몸의 구석구석을 씻는 모든 동작들을 느리게, 더 느리게 움직입니다. 온 감각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인데요. 국보급 도자기를 만지듯이 소중히, 구석구석 씻다보면 스스로가 소중하게 느껴져요.
긴장을 물에 녹여 버리고 비누거품의 촉감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향을 마음껏 맡아보세요.
욕실 가득, 향을 머금은 습기로 샤워가 끝나도 많이 춥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오늘의 기분을 좋
욕실 가득 찬 향을 머금은 습기로 샤워가 끝나고 나서도 많이 춥지 않다.
마지막은 오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무드를 떠올리며, 바디워시를 심각하게 골라 마음처럼 건조해진 피부에 듬뿍 발라 마무리.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없을 것 같은 마음과 조금 더 귀해진 마음으로 샤워를 마친다.
팩까지 올려주면 극락이 따로 없다.
차분한 밝기와 온도에서 몸을 녹여내고 개운하고 귀해진 마음으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이불에 누워보시길.
[추천 준비물]
거품이 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
오늘의 기분을 고를 수 있는 바디로션
은은한 밝기를 만들어줄 조명 혹은 향초
고요하게 샤워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파 뮤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