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음을 담아
주변에서 친구들의 좋은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철없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자체로는 큰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연애의 연장선으로 친구 집에 같이 사는 애인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랄까.
그런데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은 차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새 생명, 아기, 잉태와 같이 멀게만 느껴졌던 단어들이 훅 가까이 온듯한 기분.
태생이 걱정인형인듯한 나는 내 친구들이 혹여나 입덧으로 고생하지 않을까. 출산할 때 너무 아프면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부터 들었는데 당사자들은 오히려 담담했다. 씩씩하게 요가도 하고, 일도 했다.
사실 초기에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아서 잘 와닿지 않았는데, 서로의 일들로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출산이 임박했다고 한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건지.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한 친구들을 위해 작은 선물과 손 편지를 쓰기로 했다.
임신과 출산은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나와는 거리가 먼 주제들이라 선물을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아기는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고, 또 아기가 태어난 이후에 보러 가게 될 테니 오직 친구를 위한 선물로 고르고 싶었다. 누구보다 많이 고생을 할 테니.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선물을 고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퍽 어려운 일이었다.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선물할 수도 있겠지만, 내 친구들 성격상 무언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 같지 않았다. 또 무엇보다 선물을 고르며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 역시도 마음이고 정성이라 생각했기에 조금 더 열심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며 요즘 핫한 쓰레드며 여기저기 열심히 탐독해 보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친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금 이 친구는 무엇을 필요로 할지, 어떤 것을 받았을 때 행복할지.
고심해서 선물을 고르고, 다음은 정성 들인 손 편지.
항상 엽서를 쓸 때면 처음에는 쓸데없는 말들, 가령 엽서의 칸은 애매해서 항상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와 같은 것들을 쓰다가 나중에는 사뭇 진지해져서 얼마 남지 않은 공간에 꾹꾹 진심을 눌러쓰곤 한다. 너무 느끼해지지 않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항상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사각사각 머리와 손을 부지런히 쓰다 보면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도 말끔하게 정돈되는 기분이다.
가끔 문장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 오타를 내곤 하지만 그건 오타 요정을 그려 넣으면 될 일.
실수의 흔적들도 귀엽게 느껴지는 것이 아날로그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가장 선물 같은 시간은 친구를 만나 선물과 손 편지를 전달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마음에는 들어할지. 받는 사람의 기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고 따뜻해진다.
살아갈수록 진심으로 축하할 일들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말을 들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를 축하해 줄 만큼의 마음의 에너지가 없거나 혹은 자기의 처지와 무의식적으로 비교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 다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나의 기쁜 소식이 조금은 씁쓸한 소식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힘든 소식을 나누는 것이 편할 때도 있는데, 연민과 위로를 하는 것이 순수하게 축하해 주는 마음보다 쉽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를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사회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면 신기하게도 나 역시 채워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지금 나의 상황이나 고민들을 다 제쳐두고, 순수하게 누군가를 위해 기뻐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누군가에게 일어난 기쁜 일이 얼마나 많은 우연 와 운명에 의해 일어난 일인지 떠올리며, 놀라움과 앞으로의 길에 좋은 일들이 함께하길 바라다보면 심장 부근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며, 작은 일이라도 축하의 인사나 작은 선물을 건네어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그렇게 그 일을 기뻐하고 생각하다 보면 나 역시도 축하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추천 팁
1. 선물을 하기 전에는 친구가 최근 관심이 있는 분야와 성향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2. 손편지에는 거창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것이 첫걸음.
3.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