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꽃 한 송이 선물하기

나를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해

by 아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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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꽃을 사고 싶었다.

여러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사시사철 초록의 잎을 가진 식물들이 주는 안정감과는 또 다른 활력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 한 송이의 꽃을 두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환해지는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꽃을 살 지 고르는 그 과정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


어렵사리 찾아서 간 꽃집은 대부분 꽃다발 혹은 화분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선물을 주는 셈 치고 예쁘게 포장된 꽃다발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집에 돌아오자마자 버릴 포장지를 구태여 살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내가 원하는 꽃들을 고르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두 송이 정도 사려고 했더니, 그렇게는 어렵고 묶음으로 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꽃에도 최소주문 금액이 있었다니.. 그리고 회사 근처의 꽃집이어서인지, 그마저도 너무나 비쌌다.


퇴근길에 꽃을 사는 것은 포기하고 시간을 내어 고속버스터미널의 꽃시장에 가야겠다고 다짐하던 와중, 친구와의 저녁약속이 운 좋게 그 근처로 잡힌 게 아닌가. 이것은 신이 준 어떤 계시라고 생각했다!

역시 소비를 위해서는 없던 계시도 만들어내는 소비요정.


하지만 역시 너무 쉽게 가지면 재미가 없는 법.

꽃시장은 보통 우리가 잠들기 시작하는 시간 이후에 장사를 시작한다. 꽃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늦은 시간부터 판매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반대로 가장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간 시간에는 꽃시장이 열지 않았기에 빼곡하게 들어찬 꽃들을 고르는 즐거움은 놓쳤지만, 희망은 있었다. 꽃시장 근처이니 근처 꽃집이 많을 것 많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약속장소가 특별해지는 듯한 기분으로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한 저녁.


일상에서의 사소한 다정함


지하철에서 내려 상가 근처로 올라가자마자 알록달록한 꽃들을 잔뜩 파는 곳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러키비키? 심지어 한 묶음에 오천 원. 내가 원하는 소재들도 고를 수 있었다.

홀린 듯 그곳으로 가 꽃들을 구경하며, 사회적 체면을 지키기 위해 즐거움의 내적비명을 질렀다. 양동이에 가득 찬 꽃들은 진한 장미부터, 귀여운 망고튤립, 화려한 거베라까지 다양한 종류들의 꽃. 머릿속에서 색을 조합해 보며, 어떻게 하면 예쁠까를 고민하며 꽃향기를 맡고 있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한참을 싱글벙글 구경하고 있으니 넉살 좋은 사장님이 꽃이 너무 예쁘지 않냐고 물어오셨다.

나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앙증맞은 봉우리가 예쁜 진한 분홍빛 꽃을 골랐다. (이렇게 길게 부연설명을 적는 이유는 역시나 이름은 모르기 때문이다.) 집에도 두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도 선물할 요량으로 풍성하면서 상한 곳 없는 꽃들을 고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묶음을 두 다발, 함께 있으면 더 예뻐 보일 소재를 골랐다.


사장님께 소재와 꽃들을 잘 섞어 다발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물으셨다.

친화력이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하며, 친구를 줄거니 예쁘게 부탁드린다며 너스레를 떨고 다른 꽃들이 너무 예뻐 한참을 구경하니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에 꽂을 꽃부터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꽃까지, 포장을 기다리며 NPC처럼 있었기에 사람들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살짝 들뜬듯한 표정이 좋았다.


조금 기다리니 사장님이 꽃을 주시며, 친구 선물하는 마음이 예뻐서 특별히 투명 비닐에 리본까지 묶어서 주셨다고 하셨다. 꽃을 닮은 고운 분홍 리본이 곱게 묶여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또 행복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말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수줍게 꽃을 건네니, 너무 좋아해 주어 또 고마웠다. 혼자만을 위해 무언가를 사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기쁨이 피어났다. 작지만 일상에서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다. 또, 누군가가 행복한 것을 보는 것도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는 것도.


집으로 돌아와 언제 쓸지 벼르고 있던 도쿄에서 사 온 꽃병에 줄기와 잎들을 잘 다듬어 첫 개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니, 친구와의 즐거웠던 대화도 기억나고 집안의 분위기도 화사해져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한 다발의 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니.


꽃을 사랑하는 이유


아름다운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충전되는 듯하다.

그중 한 가지가 꽃이다.

얇디얇은 꽃잎 하나하나에 물든 색과 그 꽃을 틔우기 위해 힘차게 자라난 줄기, 그리고 초록의 잎사귀들.

또 생화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 향은 그 어떤 향수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진하다.

오로지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인한 힘.


역설적으로 꽃을 가지고 오는 순간부터 그 생명이 시드는 것 또한 볼 수 있게 된다.

생생하고 푸릇푸릇하던 잎사귀들이 시들해져 떨어지는 순간이 오고, 생명을 가득 머금어 피어나는 꽃잎들도 하나 둘 말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생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처리가 귀찮기도 하겠지만,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에서 마음속에 내심 씁쓸함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또 그러한 이유에서 생화를 좋아한다.

모든 생명은 유한하기에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며, 지금 이 순간도 그렇기에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있는 힘껏 살아보기 위해 꽃을 본다.





추천 팁

1. 대게 꽃시장은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혹은 새벽에 영업을 시작한다.

2. 꽃시장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싱싱한 꽃집들이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 푸릇푸릇한 소재와 함께 써주면 더욱 생기가 있다.

4. 나를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위해서 선물해 주면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특별한 일이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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