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 Netflix 6부작
*스포일러 있습니다
기본정보
작가: 김은희 (tvN 시그널 SBS 싸인 유령)
감독: 김성훈(영화 터널, 끝까지간다) 박인제(영화 특별시민, 내연애의기억, 모비딕)
제작사: 에이스토리 (넷플릭스 첫사랑은처음이라서12 tvN 백일의낭군님 시그널 두번째스무살 KBS 우리가만난기적 추리의여왕 최고다이순신 신데렐라언니 아이리스)
장르: 미스터리, 호러, 좀비, 사극
로그라인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 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셀링포인트
캐릭터/ 대본구성/ 연출/ 배우
[한국적으로 잘 버무린 좀비 역병의 원인]
'생사초의 독을 묻힌 침을 꽂으면 죽은 이의 육체가 되살아난다.' 이 설정을 보고 곧바로 생각난 게 바리데기 신화다. 아버지를 살리러 길을 떠난 바리공주가 서천꽃밭에서 구한 살잽이꽃을 아버지의 시신에 문지르자 왕이 깨어난다. 살잽이꽃은 사람의 뼈와 살과 힘줄 등을 만들어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생명의 꽃이다.
그러나 사실 죽은 이를 되살리는 건 우주의 원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심으로 생사초를 이용했을 때 온전한 사람이 아닌 괴물로 깨어난다는 설정이 굉장히 그럴듯해 보였다. 뭐, 사실 생사초에 묻은 벌레 때문에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임이 밝혀져서 이제 이 가설은 핀트가 좀 어긋나게 되었지만. 어쨌든 원인 모를 좀비의 출현 후, 그러니까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초점을 맞춘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좀비가 생겨난 원인을 논리적, 과학적, 그리고 한국적으로 해석한 점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좀비 역병에 걸려도 살아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둠]
<킹덤>에는 색다른 설정이 있다. 좀비에 물려도 이성을 잃기 전 물에 담그면 연가시 같은 게 튀어나오면서 회복될 수 있다. 이 역시 좀비를 논리적으로 본 해석과 맞닿아 있다. 이 설정 덕분에 주요 인물들이 단순히 물리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그림을 넘어, 물리고 나서도 이야기를 전개할 힘이 생겼다. 조학주가 다시 깨어나는 반전을 선사하고, 세자가 물리고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등 꽤나 큰 영향을 주는 설정이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적이 물려도 긴장할 수 있고, 주인공이 물려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비주얼, 스케일]
조선시대+좀비라는 드라마 사상 초유의 컨셉으로 일단 신선함은 먹고 들어간다. 사실 장르 드라마는 영상미가 스토리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비주얼만 봐도 꽤 만족도가 높다. 특히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호수 깨는 장면. 호수 하나 깨서 자기들도 연가시 빼내고 좀비들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좀 영리했다. (근데 스틱으로 깨다가 왜 주먹으로 바꾼 건지는 의문)
개선점
[판에 박힌 궁중 암투]
권력을 탐하는 외척, 아들 못 낳는 중전, 그리고 쫓겨난 아들이 세력을 모아 복수하는 서사까지. 조선시대 궁궐 이야기라고 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요소들이 극의 중심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그래서 '조선 좀비'라는 컨셉과 비주얼을 제외하고 스토리 자체만 봤을 때 경쟁력이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포칼립스물의 진짜 재미는 계급장 떼고 붙는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이전에 뭐였든 지금은 그저 살아남고 싶은 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에 따라 연대도 하고 배신도 하고, 엎치락뒤치락. 특히 신분사회 조선시대라면 더더욱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시즌1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입을 통해 어느정도 묘사되었지만 <킹덤> 시즌 2에서는 그 통쾌함이나 재미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서비(배두나)의 욕망과 임팩트의 부재]
생사초의 비밀이라든지, 마을 사람들이 감염된 인육을 먹은 후 역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든지, 역병을 탐구하는 중심에 서비가 있다. 이창, 조학주와 함께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그런데 서비하면 범팔이를 끌고 다니며 뒷바라지해준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미미하다.
서비에게 살기 어린 욕망이나 단단한 목표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거나, 어떻게든 치료제를 개발해 세상을 구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거나, 왕세자와는 별개로 자신만의 욕망이 있었다면 훨씬 생생한 캐릭터가 됐을 것이고 갈등 상황도 더 많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욕망이 명확한 인물에게는 자연히 카리스마가 생긴다. 카리스마는 매력이 된다.
타깃 적중률/시청률/ 화제성
화제성은 대단한 것 같다.
다음은 2020년 3월 14일 올라 온 한국경제 김수영 기자의 기사 '연계소문|BTS부터 '기생충'·'킹덤 2'까지… 전 세계 뒤흔드는 한류 3대장'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전문: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003139629H)
지난해 1월 '킹덤'이 공개된 후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웹 및 앱의 순 방문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40만 2000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가입자수가 꾸준한 증가세이긴 했지만 '킹덤'을 기점으로 확실한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었다. 더불어 세계적인 관심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킹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최고 인터내셔널 TV쇼 톱 10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킹덤'에 출연했던 배우 류승룡은 '킹덤2'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프로그램 촬영 차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갔는데 초원에서 동물이랑 생활하는 원주민까지 '킹덤'을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넷플릭스 일간 순위는 <이태원 클라쓰>와 <킹덤>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이태원 클라쓰>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킹덤>은 6화로 한 번에 몰아볼 수 있고, <이태원 클라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므로 지속성 측면에서 <이태원 클라쓰>가 길게 1위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형식이 달라서 단순 비교는 힘들 듯 하다.
관련 작품
영화 <창궐> <부산행>
책 <나는 좀비를 만났다>
출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