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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Mar 17. 2020

컨셉에 박수, 비주얼에 기립박수, 그러나.. <킹덤2>

2020 상반기 Netflix 6부작

*스포일러 있습니다


기본정보

작가: 김은희 (tvN 시그널 SBS 싸인 유령)

감독: 김성훈(영화 터널, 끝까지간다) 박인제(영화 특별시민, 내연애의기억, 모비딕)

제작사: 에이스토리 (넷플릭스 첫사랑은처음이라서12 tvN 백일의낭군님 시그널 두번째스무살 KBS 우리가만난기적 추리의여왕 최고다이순신 신데렐라언니 아이리스)

장르: 미스터리, 호러, 좀비,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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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 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셀링포인트

캐릭터/ 대본구성/ 연출/ 배우


[한국적으로 잘 버무린 좀비 역병의 원인]

'생사초의 독을 묻힌 침을 꽂으면 죽은 이의 육체가 되살아난다.' 이 설정을 보고 곧바로 생각난 게 바리데기 신화다. 아버지를 살리러 길을 떠난 바리공주가 서천꽃밭에서 구한 살잽이꽃을 아버지의 시신에 문지르자 왕이 깨어난다. 살잽이꽃은 사람의 뼈와 살과 힘줄 등을 만들어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생명의 꽃이다.

오프닝 영상 짱

그러나 사실 죽은 이를 되살리는 건 우주의 원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심으로 생사초를 이용했을 때 온전한 사람이 아닌 괴물로 깨어난다는 설정이 굉장히 그럴듯해 보였다. 뭐, 사실 생사초에 묻은 벌레 때문에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임이 밝혀져서 이제 이 가설은 핀트가 좀 어긋나게 되었지만. 어쨌든 원인 모를 좀비의 출현 후, 그러니까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초점을 맞춘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좀비가 생겨난 원인을 논리적, 과학적, 그리고 한국적으로 해석한 점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좀비 역병에 걸려도 살아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둠]

<킹덤>에는 색다른 설정이 있다. 좀비에 물려도 이성을 잃기 전 물에 담그면 연가시 같은 게 튀어나오면서 회복될 수 있다. 이 역시 좀비를 논리적으로 본 해석과 맞닿아 있다. 이 설정 덕분에 주요 인물들이 단순히 물리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그림을 넘어, 물리고 나서도 이야기를 전개할 힘이 생겼다. 조학주가 다시 깨어나는 반전을 선사하고, 세자가 물리고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등 꽤나 큰 영향을 주는 설정이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적이 물려도 긴장할 수 있고, 주인공이 물려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비주얼, 스케일]

조선시대+좀비라는 드라마 사상 초유의 컨셉으로 일단 신선함은 먹고 들어간다. 사실 장르 드라마는 영상미가 스토리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비주얼만 봐도 꽤 만족도가 높다. 특히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호수 깨는 장면. 호수 하나 깨서 자기들도 연가시 빼내고 좀비들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좀 영리했다. (근데 스틱으로 깨다가 왜 주먹으로 바꾼 건지는 의문)



개선점

[판에 박힌 궁중 암투]

권력을 탐하는 외척, 아들 못 낳는 중전, 그리고 쫓겨난 아들이 세력을 모아 복수하는 서사까지. 조선시대 궁궐 이야기라고 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요소들이 극의 중심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그래서 '조선 좀비'라는 컨셉과 비주얼을 제외하고 스토리 자체만 봤을 때 경쟁력이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포칼립스물의 진짜 재미는 계급장 떼고 붙는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이전에 뭐였든 지금은 그저 살아남고 싶은 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에 따라 연대도 하고 배신도 하고, 엎치락뒤치락. 특히 신분사회 조선시대라면 더더욱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시즌1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입을 통해 어느정도 묘사되었지만 <킹덤> 시즌 2에서는 그 통쾌함이나 재미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서비(배두나)의 욕망과 임팩트의 부재]

생사초의 비밀이라든지, 마을 사람들이 감염된 인육을 먹은 후 역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든지, 역병을 탐구하는 중심에 서비가 있다. 이창, 조학주와 함께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그런데 서비하면 범팔이를 끌고 다니며 뒷바라지해준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미미하다.


서비에게 살기 어린 욕망이나 단단한 목표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거나, 어떻게든 치료제를 개발해 세상을 구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거나, 왕세자와는 별개로 자신만의 욕망이 있었다면 훨씬 생생한 캐릭터가 됐을 것이고 갈등 상황도 더 많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욕망이 명확한 인물에게는 자연히 카리스마가 생긴다. 카리스마는 매력이 된다.



타깃 적중률/시청률/ 화제성

화제성은 대단한 것 같다.


다음은 2020년 3월 14일 올라 온 한국경제 김수영 기자의 기사 '연계소문|BTS부터 '기생충'·'킹덤 2'까지… 전 세계 뒤흔드는 한류 3대장'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전문: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003139629H)

지난해 1월 '킹덤'이 공개된 후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웹 및 앱의 순 방문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40만 2000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가입자수가 꾸준한 증가세이긴 했지만 '킹덤'을 기점으로 확실한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었다. 더불어 세계적인 관심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킹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최고 인터내셔널 TV쇼 톱 10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킹덤'에 출연했던 배우 류승룡은 '킹덤2'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프로그램 촬영 차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갔는데 초원에서 동물이랑 생활하는 원주민까지 '킹덤'을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넷플릭스 일간 순위는 <이태원 클라쓰>와 <킹덤>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이태원 클라쓰>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킹덤>은 6화로 한 번에 몰아볼 수 있고, <이태원 클라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므로 지속성 측면에서 <이태원 클라쓰>가 길게 1위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형식이 달라서 단순 비교는 힘들 듯 하다.



관련 작품

영화 <창궐> <부산행>

책 <나는 좀비를 만났다>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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