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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Apr 07. 2020

당당한 중2병엔 열광할 수 있다 <이태원클라쓰>

2020 상반기 Jtbc 드라마

*스포일러 있음


셀링포인트

캐릭터/대본구성/연출/배우  

(+원작웹툰의 주옥같은 대사들)

(+듣기만 해도 짜릿한 OST들)


[컨셉에 걸맞는 마이웨이 캐릭터]


<이태원 클라쓰>의 넘버원 셀링포인트는 확실하다. 강렬한 자신감. 솔직함. 통통 튀는 당당함. 더러운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청춘의 에너지. 처음 오프닝 이미지부터 그 강렬함을 서슴없이 내뿜는다. 반항적이고 즉흥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라피티 아트를 사용했다. 


주요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박새로이는 굳건함의 대명사다.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는 그에게 던져야 할 대사가 아닐까. 젊은 놈의 허황이라 비웃음 살만한 목표를 무려 15년짜리 계획으로 이뤄낸다. 꿈의 크기는 그릇의 크기라고 했던가. 그에겐 객기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그 우직함에 한 번 그의 사람이 된 이들은 쉽게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가 호감인 이유는 이상적인 동시에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왜 자신에게 대학에 가라고 하지 않았냐는 이서의 질문에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또 이미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지켜온 라이벌 그룹에 무리하게 정면돌파하지 않는다. 대신 야금야금 올라가 최대주주가 된다. 라이벌 그룹의 주식에 투자한 자신의 계획이 공개되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선빵은 뒤통수에 꽂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상주의자다. 그러나 이상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15년을 버틸 용기가 있었다. 방법과 용기만 있다면 어떤 목표도 '이상'이 아니다. 현실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정정당당한 태도다. 라이벌 그룹에 입사해 미안해하는 수아에게 그는 백 번이라도 자신을 끌어내리라고 할 것이다. 그게 그녀의 일이니까. 그는 그저 백 한번 일어서면 된다. 그가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므로.




조이서는 또 어떤가. 당혹스러울 만큼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그만큼 힘도 능력도 있고, 싸가지는 없다.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그녀의 깡다구 덕분에 극은 훨씬 재밌어진다. 


특히 그녀의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이 장면.

그냥 새로이와 수아가 당연히 키스하겠거니... 싶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서가 뛰어들어 '디펜스!' 하면서 상큼하게 막아버린다. 다른 드라마라면 '띠용~'하는 효과음과 함께 콩트처럼 처리해버렸을 이 장면을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연출하니 좀 웃기지만 감탄하게 된다. 뭐랄까. 허세스러운데 진지하게 하니까 멋있어 보인달까.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ㅂㅅ같지만 멋있어)


이서도 새로이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자기가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다. 지금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결국엔 성공할 거라는 것. 당장 눈 앞의 성공을 좇지 않고 느긋하게, 정정당당하게, 묵직하게, 길게 본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밉지가 않은 캐릭터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결국 새로이를 성공시키는 킹메이커에 머물렀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버틴다'는 키워드]


버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것 같다. 쓰러지고 넘어지는 게 예사인 우리들에겐 이미 오래전부터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 진리로 통한다. <이태원 클라쓰>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꿈 하나로 걸어가는, 그야말로 우직한 직진이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와 비슷하다.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세상은 더럽고 우린 우리 방식대로 간다'는 코드가 사람들에게 통한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12화 다이아 연출은 최고다. 

버티면 진정성이 생긴다. 그리고 모든 감동은 진정성에서 온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도, BTS도 오랜 시간 버티며 같은 말을 해왔기에 진정성이라는 코드가 통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너무 잘 어울리는 최고의 OST.


돌덩이(Diamond) / 하현우

Hit me harder make me strong

그저 정해진 대로 따르라고
그게 현명하게 사는 거라고
쥐 죽은 듯이 살라는 말
같잖은 말 누굴 위한 삶인가

뜨겁게 지져봐
절대 꼼짝 않고 나는 버텨낼 테니까
거세게 때려봐
네 손만 다칠 테니까

나를 봐 이야 이야
끄떡없어 워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이야
똑똑히 봐 워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감당할 수 없게 벅찬 이 세상
유독 내게만 더 모진 이 세상
모두가 나를 돌아섰고
비웃었고 아픔이 곧 나였지
시들고 저무는
그런 세상 이치에 날 가두려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이 삶은 내가 사니까

나를 봐 이야 이야
끄떡없어 워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이야 이야
똑똑히 봐 워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
오직 하나뿐인 나의 길
내 전부를 내걸고서 hey

걸어가 이야 이야
계속해서 워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거야
언젠가 이야 이야
이 길 끝에 서서
나도 한 번 크게 한 번
목이 터져라 울 수 있을 때까지



[솔직한 오수아]

나쁜 X이라고 욕을 먹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권나라 씨 덕분에 오수아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아는 비뚤어지고 꼬인 인물이지만 자기가 꼬였다는 걸 아는, 사실은 제일 솔직한 캐릭터다. 조금만 더 힘을 줬다면 훨씬 더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수아의 매력이 뻗어나갈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군데였다.

첫째는 이기적으로 구는 자신에게 오히려 위로를 주는 새로이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내 마음대로 다 할 거라고, 너한테 절대 미안해하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작아질 뿐이다. 그녀는 알고 있다. 아무리 살기 위해 한 선택이었어도 그녀의 잘못이란 걸. 새로이라면 자기가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수아를 지키는 선택을 했을 거란 걸. 이제 잘못을 빌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위로를 받을수록 절망적인 표정이 된다. '사실은 말이야. 새로이야. 넌 나한테 항상 지나치게 빛나.'라고 읊조리는 장면이 참 마음이 아팠다.


둘째는 자신에게 눈을 부라리는 이서에게 '난 너 좋은데?'라며 언니미 뿜뿜하는 장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걸 기점으로 수아가 이서 편이 되나 싶었는데 딱히 둘 사이에 큰 진전은 없었다. 연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이서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좀 더 부각됐다면 의외로 둘이 귀여운 케미가 잘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개선점

 

<이태원 클라쓰>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잔인하고 권위적인 재벌 회장, 재수 없는 그 아들, 그리고 희생양으로 아버지를 잃은 가난한 주인공의 복수. 거기다 재벌가 서자니 뭐니... 많이 올드한 느낌이었다


특히 가장 질렸던 건 우는 아들에게 닭 모가지를 부러뜨리라 지시하고 사악하게 웃는 재벌 회장의 모습. 장가를 이끄려면 먹이에게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나. 예전에 <이태원 클라쓰> 웹툰을 보다가 그 장면까지 보고 너무 클리셰적인 설정이라 접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재벌기업이 한낱 포차에 이렇게까지 휘둘리고, 대기업 이사가 쥐뿔도 아닌 주인공과 개인적으로 만나서 파트너를 맺고, 학창 시절 한 번 도와준 애가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되어 주인공을 전폭 지지해주고... 무리수에 대해 짚어보자면 끝도 없지만 이걸 다 바꾸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고 말 거다. 다만 굵직하게 개선했으면 좋았을 법한 부분들이 있다.


[위기 상황 조성을 위한 납치]

마지막에 결국 납치로 마무리해버린 것이 너무 아쉬웠다. 위험한 상황 조성을 위해 깡패와 납치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건지.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원작자가 대본도 집필했기에 한계가 있었겠지만... 성장드라마라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경영 드라마라면 사업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위기를 맞도록 변형을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드라마의 테마와 관계없이 위험을 위한 위험으로만 등장하는 깡패/납치는 고민이 부족한 느낌이다. <미생>만 봐도 굳이 고리타분한 조폭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스릴이나 위기는 조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더 공부해 봐야겠다. 사무직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위기 상황을 조성하는지!)


[이서를 향한 새로이의 감정]

웹툰에서는 이서를 향한 새로이의 감정선이 좀 더 섬세하게 다뤄졌던 것 같다. 특히 같이 시골집에 누워있는 장면. 원작에선 새로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혹은 '나를 위해 울어 준 것 같다'는 내레이션으로 이서를 소중하게 느끼는 듯한 감정이 나왔는데, 드라마에선 이서의 내레이션만 나와서 새로이의 감정은 잘 안 느껴졌다. 

그 후에도 이서가 들이댈 때마다 새로이가 그냥 '얘 뭐지?.?'이런 눈으로만 봐서 전혀 감정의 싹을 못 느꼈다. 그러다 보니 후반에 가서 갑자기 자기 마음을 깨달았다고 하는 게 좀 부자연스러웠다. 동생으로서 아끼고 사랑하는 건 알겠지만 남녀 간의 사랑으로까지 발전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IC대표로 성공하고 난 후에야 이서에 대한 마음을 보이기 시작하니까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갑분할= 갑자기 분위기 할머니]

<이태원 클라쓰>에는 순례라는 할머니가 나온다. 단밤의 건물주이자 투자계의 큰손(?) 할머니. 알고 보니 장 회장도 초기에 그녀의 투자를 받아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또 알고 보니 그녀는 아버지 찾으러 한국에 왔다가 단밤에서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구한 토니의 친할머니였다 (...) 아니 이런 우연이. 그 덕에 단밤은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 신선놀음처럼 가끔씩 재미(?)로 스타트업 쪽에 투자를 한다는 설정도 좀 오글거리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은 조금 도가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보검이랑 권나라 로맨스 보고싶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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