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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s drawing Oct 17. 2015

그게아니고

바른대로 말해 1.

너무 의외의 상황에 당황스럽고 부끄럽기까지했다.

받았다.

그가 내 전화를 받았다.

호기롭게 헤어지지고 큰소리치고 일주일만에 울고불며 매달렸던 나다.


다신 전화도 하지마.
안 받을꺼니까!

욕이라도 해줄 심보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않았다. 안 받아? 받을 때 까지 걸자는 마음으로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화기를 붙들고 있기 시작하자 일주일 즈음 부터는 통화연결음을 즐기며 작업을 하게 되었다. 시간 틈틈히 하던 전화걸기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눈감기 전 까지의 일과가 되어버린것이다. 당연지사 받지 않는 전화지만, 거리낌없이 통화버튼을 누르고 책상 한컨에 잠시 던져 두었다가 미스김이 "지금은.....어쩌고"할 때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고시생들의 초시계처럼 아주 유용했고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통화 연결음은 백색소음으로 완벽했다. 작업의 능률이 어찌나 높아지던지 통화연결음을 듣기위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도 멀어지고 오로지 독서와 작업에만 열중 하게되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날 즈음 미스김이 잠잠했다. 작업에 열중하던 순간 이상한 낌새에 전화를 확인해보니 전화연결이 되어있었다.


여....여보세요?

대답이 없다. 잘못 눌러서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 것일까? (정적...)아무 소리가 없어 다시 확인해보니 역시 그의 전화가 틀림없었고 통화연결시간은 째깍째깍 잘만 넘어갔다. 숨을 죽이고 고막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것이다.  뭐지? 끊어야되나? 그 사이 번호를 바꿔버린건가? 혹시 새로운 여친이라도 생겨서 받은건가? 막장돌입인가? 오만 잡 생각과 침묵이 뒤엉킨 사이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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