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떠난다 #2

탈 것의 추억(2)

by Zak
관광지가 된 지하철

모스크바는 지하철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색 없이 천편일률적인 공간이 아니다. 각 역마다 다른 개성을 뽐낸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스쳐가는 공간이 아닌 방문해야만 하는 장소가 된다. 그 관광객 무리 중 한 명이었지만 단체 관광객 때문에 붐비는 역을 보면서 러시아 사람이면 꽤나 짜증이 날법하다고 생각했다.


가보고 싶었던 역은 도스토옙스까야, 끼옙스까야, 쁠로쉬찌레발류치아 등이었으나 모스크바 체류 시간이 너무 짧아 다 보진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모스크바에 볼 게 없으니 유럽에 갈 때 스탑오버 정도로 하루 둘러보면 괜찮다고 했지만 아닌 것 같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좋았으나 러시아다운 모습을 갖추 모스크바가 좀 더 흥미로웠다.




겁 없이 올라 탄 야매택시


러시아엔 택시가 없다. 아니 택시 티를 내는 택시가 없다. 뉴욕 옐로우 캡, 홍콩 레드 캡처럼 택시 자체가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인 곳도 있는데 러시아에선 길에 다니는 택시를 볼 수가 없었다. 공항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긴 했지만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목적지와 금액을 확정하고 안내받은 대로 타서 러시아 택시의 진짜 모습을 몰랐다.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을 다녀온 길. 검색을 통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찾는 데까진 성공했는데 아무리 버스를 기다려도 K209번 버스가 오질 않았다. 현지인들에게 묻고 또 물어도 우리가 서있는 곳이 맞을 거 같다는 답만 되돌아 왔다. 그러나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30~40분을 기다렸다. 택시라도 오면 타려고 했는데 지나가는 택시도 없었다.


그때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한 여자가 한국에서 택시를 잡든 손을 들고 흔들자 차 한 대가 앞에 와서 섰다. 처음엔 아는 사람 차에 타는가보다 생각했으나 다른 사람도 그렇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도로로 나가 손을 흔들었다. 우리 앞에 차 한 대가 섰다. 너무 추워 따져볼 것도 없이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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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되어 보이는 운전사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 반가워하면서 자기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주중엔 엔지니어로 일하고 주말에만 택시운전을 한다고 했다. 목엔 택시운전 허가증으로 추정되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는 우리가 관광 중이라니 본인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라며 시내 관광을 시켜준다 우리를 꾀었다. 묻지 않았지만 당연 무료가 아닐 거라는 걸 알았다. 추위에 잠시 사고가 마비되긴 했지만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었다.


추위가 가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미터기도 없고, 택시라기엔 좀 허술해보였다. 내릴 때 얼마냐고 묻자 약간 망설이는 듯하며 500루블을 불렀다. 별다른 흥정 없이 돈을 냈다. 혹시라도 시비가 붙으면 큰일이니. 적정금액이 얼마인진 모르겠지만 바가지인 것은 확실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올 때 낸 금액이 900루블이었고, 나중에 호스텔 직원을 통해 시내-공항 갈 때 든 비용이 505루블이었다. 그래도 이상한데 끌려가지 않고 무사히 원점으로 돌아왔으니 그냥 열심히 사는 청년에서 좋은 일을 한 셈 치기로 했다.



+) 러시아에선 보통 콜택시를 불러 이용한다고 한다. 요즘엔 yandex taxi 앱을 많이 쓴다고. 전화로 부를 자신은 없기에 앱을 써보려 했으나 자꾸 인증단계에서 막혀 사용 실패했다. 앱으로 가격을 확인해 봤을 땐 610루블이었다. 현지인에게 부탁해 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게 제일 저렴한 방식인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지하철역 입구 그림에 양옆 건물이 그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