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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 Oct 24. 2016

모든 것은 '셜록'으로 통한다

런던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셜록의 집 베이커 스트리트 221B, 영국 드라마 <셜록> 첫 회에서 셜록이 택시 탔던 장면을 떠올리며 탈까 말까를 계속 망설이다 결국 못 탄 런던의 검정 택시, 날이 흐렸지만 <셜록> 오프닝 장면이 생각나 '흐려서 좋다'고 흐뭇하게 바라봤던 런던 아이,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그림자라도 찾아보고 싶어 찾아갔던 가짜지만 진짜인 <셜록> 촬영지 스피디 카페(Speedy's). 런던의 풍경들은 모두 셜록으로 재생됐다. 






누군가의 런던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런던 여행기를 찾다 영국 드라마 <닥터 후> 팬들이 공중전화 박스를 볼 때마다 닥터 후가 떠올랐단 글을 자주 봤다.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런던의 상징으로만 덩그라니 시내 곳곳에 놓여있는 이 빨간 상자가 그들에겐 더없이 반갑겠지. 





그리고 또 하나의 빨간 상징물. 런던에선 하루 교통비 상한선이 있어 마음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2층 앞자리에 앉아 걸어다니며 아래에서 볼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 건물 높은 곳에 써있는 문구라든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어 찾기 힘들었던 상점이 한눈에 들어온다든지. 







"사진 찍어드릴까요?"


혼자서 셀카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안쓰러웠나보다. 검정색 긴 머리를 한, 나보다는 조금 키가 작은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도 나처럼 서점 앞에 사람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약간 망설이다 카메라를 건네주고 얼른 서점 앞으로 다가갔다. 일행들과 왔던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줄 때 그랬던 것처럼 서점 앞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감사합니다. 혹시 사진 찍어드릴까요?"

"네!"

"혹시 맘에 안 드시면 다시 찍어드릴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근데 혹시 파란 대문집 다녀오셨어요? 이 근처인거 같은데 같이 가실래요?"


노팅힐 서점 앞에서 만난 그와 짧은 동행이 시작됐다. 런던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는 포토벨로 마켓에 놀러온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노팅힐 영화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 찾아다니길래 찾아왔고, 파란대문집도 그래서 찾고 있다고 했다. 이름도 몰랐고 존재도 몰랐던 나는 그 덕분에 놓치고 갈 뻔 했던 곳을 들르게 됐다. 구글맵을 따라 3분쯤 지나가자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하얀 기둥 사이 파란 대문이 나타났다. 영화 속 휴그랜트의 집으로 나온 곳이라고 한다. 


"지금이에요. 빨리 가요."


그는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 전에 빨리 가라고 손짓했다. 입고 있던 점퍼를 벗고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그는 셔터를 연신 눌렀다. 나도 그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줬다. 서로의 미션을 마치고 어디로 갈 예정이냐는 질문과 인사를 나누다 마치 만난 적이 없듯이 각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 포토벨로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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