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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 Mar 12. 2017

비틀스 셀프 투어

리버풀 누비기

#비틀스에 대한 기억 하나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또래가 하지 않는 무언가를 즐기는 데 빠져있었다. 매일 새벽 2시에 하는 라디오를 들었고, 거기서 주말마다 소개하는 인디 차트 음악을 즐겼다. 책을 사고 음반을 구매하는 것도 취미 중 하나였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과 음반을 (부모님 돈으로) 샀던 시기였던 것 같다. 비틀스에 대해 아는 건 없었지만 칭찬 일색의 소개글을 보며 당시 발매된 One 앨범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Yesterday 등 유명한 노래는 알고 있었지만 앨범으로 접한 건 처음이었다. 친구들이 아이돌 그룹 CD를 들을 때 시디플레이어에 한참 동안 빨간색 비틀스 CD를 넣고 다녔다. 노래가 좋기도 했지만 약간의 허세도 있었던 것 같다.  



#비틀스에 대한 기억 둘


2015년 5월 2일. 비틀스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완전체는 아니고 폴 매카트니만 왔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예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일본 공연 중 건강이 악화돼 한 차례 공연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무대 위에 선 폴 메카트니는 대단했다. 게스트를 세우지 않았고, 중간중간 토크로 콘서트를 이어가지도 않았다. 물 한 모금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공연장엔 그의 노래와 관중의 떼창만 울려 퍼졌다.  



#비틀스에 대한 새로운 기억


리버풀은 비틀스의 도시였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그랬다. 도시를 거닐 때도 곳곳이 비틀스의 이야기와 이어졌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는 비틀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담은 전시장 '비틀스 스토리'다.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비틀스 노래를 흥얼거렸다. 저녁엔 비틀스가 공연을 해 유명한 'Cavern Pub'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찾아갔을 때 누군가 '헤이 주드'를 부르고 있었다. 잔을 든 사람들은 모두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나나나나'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모두 다른 사람들을 떼창 하게 만들 수 있는 비틀스 노래의 힘이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비틀스'


@The Cavern pub 근처 Wall of Fame 앞에 한 남자가 한참 동안 서있었다. 나 역시 아는 이름을 찾아보느라 꽤 오래 서성였는데, 그도 나와 같이 이름들을 찾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이름도 새겨지길 소망하며 벽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좀 더 비틀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비틀스 노래에 나왔던 지역과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어릴 때 살았던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물론 그저 '갔다'는 자기만족일 뿐 아무것도 없지만 팬 입장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한다. 한 동네에서 어릴 시절을 보낸 네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닿아 결성된 비틀스이니만큼 리버풀 곳곳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비틀스 노래에 나오는 스트로베리 필드와 페니레인. 사람들은 Penny Lane 길 이름이 적힌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오는 것 같지만 힘들어서 포기했다. 2층 버스에 올라 지나가는데 정류장에 반가운 글자가 적혀 있어 급히 찍었다.




@존 레논 집에서 폴 매카트니 집으로 걸어갔다. 길 아닌 것 같은 길을 걸어가며 비틀스 노래를 흥얼거렸다.



+) 여담. 비틀즈가 아니라 비틀스가 맞는 표기법이라니.. 뭔가 어색하다.





@밴드를 결성하고 투어를 시작했을 때 인터뷰 중 다른 사람 머리에 담뱃재를 떨며 장난을 치던 청년들이 세계를 들썩일 전설의 밴드가 될 줄 알았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네 사람의 모습이 달라지는 게 겉모습부터 느껴졌다. 결혼하면서 각자의 삶이 생기고 원하는 음악도 달라졌다. 그래도 그들의 재기 발랄함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듯하다. 1969년 추운 겨울날 아무도 모르게 옥상 위에서 펼친 그들의 마지막 공연 '루프탑 콘서트' 장면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끄럽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지나가다 비틀스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의 모습 등과 함께.



@더블린에서 촬영된 영화지만 한 동네에 사는 스쿨밴드 이야기라 그런지 비틀스가 생각났다.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코너가 에먼을 찾아가 함께 곡 작업을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는데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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