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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 Feb 01. 2018

잘츠부르크 완벽 여행(feat. 잘츠부르크 카드)

아무리 돌아도 숙소가 나오지 않았다. 슬슬 올라오던 짜증은 같은 길을 세번 째 맴돌았을 때 결국 폭발했다. 주위 사람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말로 온갖 불평 불만을 쏟아냈다. 여행을 하며 길찾기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지도대로 아무리 걸어도 목적지를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이곳이어야만 했다. 목적지가 건물 안에 숨어 있는 경우도 여러 번 봤던 터라 터널 안과 건물을 들락거리며 호스텔 입구를 샅샅이 살폈지만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근처 박물관에 들어가 물었다. 읽을 수 없는 호스텔 이름이 적힌 휴대전화를 내밀자 그는 "아"라며 지도 한장을 꺼내더니 "이 호스텔은 산 위에 있어"라며 손가락 하나를 펴 하늘을 콕콕 찔렀다.


그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향했다. 편도 2.3 유로. 왔다갔다 할 때마다 요금을 낼 생각을 하니 또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했다. 위치가 좋단 후기를 보고 고른 숙소였다. 산 중에 있단 내용은 못 봤는데...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전망대를 지나 머뭇거리며 산길을 걷고 있을 때 같은 숙소를 예약한 이들을 만났다. 함께 여행 중인 콜롬비아인 남매였다. 그들도 길을 몰라 헤매는 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푸념을 쏟아내며 그들과 함께 호스텔 찾기에 나섰다. 산길을 한참 걷고 성문(?)을 지나서야 호스텔이 나타났다.


얼른 짐을 내던지고 몸을 녹이고 싶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입구 근처에 '봉투를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길 찾기에 앞장 서던 남자가 이걸 놓치는 바람에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오른쪽에 있는 봉투 보관함을 확인하고 열어보니 방탈출 미션인듯 열쇠를 꺼낼 수 있는 비밀번호가 써있었다. 암호가 아니건만 써있는대로 키패드에 입력해도 작은 상자가 열리지 않았다. 한참 씨름한 끝에 F라 써있다고 생각하고 누르던 것 대신 4를 누르자 철컹 소리가 났다. 엉망으로 써놓은 손글씨 탓에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새 숙소를 예약할 뻔했다.




산 속의호스텔

올라올 때 고생했지만 풍경만은 일품이었다. 지금까지 머물렀던 곳 중 조식이 가장 훌륭한 곳이었다. 정확히는 조식을 먹는 식당의 풍경이 어마어마했다.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즐기는 아침 식사. 고생과 분노가 녹아내렸다. 이날 일기엔 '캐리어 끌도 다닐 땐 하이드처럼 변하는 나. 그러나 짐만 없다면 모든 사소한 것들마저 멋지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나저나 오스트리아의 4월. 눈도 많이 오고 춥다'고 써놓았다.



@숙소에서 바라본 시내. 왼쪽은 조식 먹는 식당에서 본 모습


@숙소 가는 길. 짐이 없을 땐 비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가득한 산길을 오르내렸다.




운터베르크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는 걸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전날 사러 갔지만 6시 2분이라 직원이 팔 수 없다고 했다. 말론 미안하다고 했지만 얼굴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24시간 동안 이곳의 대중교통은 물론 주요 관광지 입장이 가능한 카드다. 비싸긴 하지만 관광지 한 두 곳 입장료만 합쳐도 잘츠부르크 카드 가격보다 더 나가기 때문에 이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카드다. 대신 여유는 잠시 제쳐두어야 한다. 24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첫 목적지는 시내에서 가장 멀리 있는 운터베르크. 카드 소지자는 산악 케이블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경치를 보는 건 숙소에서도 충분했지만 '여기 다녀오는 것만으로 잘츠부르크 카드 뽕을 뽑는다'는 후기를 보고 버스에 올랐다. 헬부른 궁전을 지나 버스는 종점을 향해 갔다. 유명 관광지인데 버스 안엔 나뿐이었다. 불안감이 스멀올라왔다.


케이블카 타는 곳 앞 주차장엔 차 한 대만 세워져 있었다. 한 무리 사람들이 입구에서 뭔갈 읽고는 차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읽을 순 없었지만 무슨 말인진 이해했다. 18~28일은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망설임 없이 타고 왔던 버스에 올랐다. 아저씨는 조금 이따 출발한다고 했다. 괜찮았다. 눈과 바람을 피할 수만 있으면 괜찮았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져야했다.






헬부른 궁전&트릭 분수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헬부른 궁에 들렀다. 운 좋게 5분 뒤 시작하는 트릭분수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날도 맑게 갰다. 누군가 불운 하나 줬으니 이제 행운 하나 받을 차례라고 던지는 듯이. 덕분에 불평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오래 전 즐거움을 위해 만들었다는 분수 정원을 한바퀴 돌고나자 나도 즐거운 에너지로 충전됐다.  



@모두를 웃게 만드는 분수



모차르트 생가




스티글 맥주 공장


마셔도 마셔도 맛 비교가 불가능한 미각세포를 가졌지만, 유럽 여행 중 그 도시의 맥주는 꼭 맛보았다. 수많은 펍과 마트를 다녔지만 스티글은 한번도 본 적 없었다. 기대감 궁금증보단 무료로 투어하고 맥주 세 잔도 마실 수 있단 얘기에 구미가 당겼다.


투어를 마치고 레스토랑에 들러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음미할 때, 혼자 당당하게 안주를 시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이럴 때 혼자 여행은 조금 외롭다.






미라벨 정원


마음이 급했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마지막 목적지인 미라벨 정원에 다녀오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 잘츠부르크 카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스로 기차역에 가는 것까지 완료해야 했다. 여기까지 해야 완벽한 잘츠부르크 여행 완료.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전날 봤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분수가 눈에 들어왔다. 별 의미 없이 지나쳤을 말 동상 주위를 영화 주인공들처럼 한바퀴 돌았다. 지나가던 사람을 불러세워 인증사진도 찍었다. 아름다우면 얼마나 공원이 아름다울까. 기대감 없이 들어선 공원엔 전날 눈이 내렸다는 게 무색하게 꽃들이 화려함을 뽐냈다. 분홍 꽃보라가 내려 앉은 나무 아래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를 탐내는 다른 사람들이 주위를 서성거리기에 자리를 내주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또 튤립 옆 벤치에 앉았다. 옆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을 보니 빵이라도 하나 들고 올 걸 후회가 됐다. 언제든 여기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들이 부러워졌다.




@꽃보라 불던 공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자리


@공원을 돌며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장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소한 정보


체스키는 보통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1박 후 'CK셔틀' 이용을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때 시간을 정하면 맞춰서 숙소로 픽업을 온다. 내릴 땐 기차역(?) 같은 곳에 내려주지만 추가 요금을 내면 숙소까지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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