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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말다'를 '쓰고야 만다'로 바꾸는 방법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

by taasha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다.

세상엔 뛰어난 작가들이 너무 많다.
나는 늘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는 단어들과 씨름하다가, 오늘도 무엇을 쓸지 고민하며 한숨을 쉰다.

글은 실체가 없다.
파동도 아니다.
독자의 마음에 닿으려면, 단어와 단어 사이, 마침표와 글자 사이에서 긴장과 감동을 일으켜야 한다.
한 문장을 신중하게 써 내려가고, 조심스럽게 고쳐 나가는 과정이 성가실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다.

누군가 말했다.
"노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주 정확한 말이다.

글쓰기는 끊임없는 자기 인식이다.
애쓰면 애쓸수록 실력은 제자리걸음 같다.
훌륭한 작가들과 비교할수록 점점 더 초라해진다.
때로는 자기연민에 빠지고, 심연의 감정이 문장에 묻어나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꾸준히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쓰다 말고, 외면하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는 성장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맴돌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다.




‘쓰다 말다’ 씨는 어쩌면 나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남들의 반응을 의식하며 소심해졌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걸 부끄러워했으며,
노력하는 일조차 부담스러웠다.

결국 그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

스스로 재능의 사망 선고를 내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얼굴 없는 작가가 될 거야." 라는 다짐도 멈췄다.
딱 10년만의 일이었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좋은 글을 읽으며 살다 보면,
80살쯤에는 작가로 데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위로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글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자, 그 공백을 불안이 채웠다.
미제 사건이 담당 형사의 가슴을 짓누르듯,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남았다.



그러다 이슬아 작가의 칼럼을 만났다.
<재능과 반복>이라는 제목이다.

이슬아 작가는 이 칼럼에서 말한다.
"계속 쓰는 사람이 결국 작가가 된다."

그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을 반복하며 성장한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무던한 반복 속에서 재능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경험.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숙련된 세탁소 사장님처럼 글을 쓰는 기분도 나는 알지 못했다.


"잘 쓰는 사람들"은, 그냥 계속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알면서도 외면했다.
누군가 확신을 주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쓰다 말다’를 ‘쓰고야 만다’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한 문장이 형편없으면, 다음 문장을 더 나아지게 하면 된다.
오늘의 글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내일의 글을 기대하면 된다.
자기 연민에 빠질 땐, 누구보다 인간적인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뚜벅뚜벅, 성실하게.
오늘 할 일을 해내고 나면, 신기하게 심장이 편안하게 뛴다.
약을 안 먹었는데도, 잠이 잘 오고, 불안하지 않다.
그거면 됐다.

‘쓰고야 만다’ 씨는 못 써도 괜찮고, 짧아도 괜찮다.
힘을 조금 빼고, 한 가지 주문을 외친다.

"오늘도 꼭 쓰고야 만다."

1일 1브런치, 3일째.


#글쓰기#창작#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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