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문제는 사법부 개혁이다
요즘 뉴스 댓글마다 터져 나오는 외침이다. 윤석열 석방 논란, 재벌 봐주기 판결, 사법부 카르텔 문제까지—사람들은 더 이상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법원의 권위는 추락했고, 국민들은 판결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채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고,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격리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시스템을 악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사법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AI가 인간 판사보다 더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AI 판사의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계의 오차 없는 정확성과 편견 없는 일관성을 기대한다.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국가는 개인에게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법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며, 판사는 그 법을 집행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판사들은 종종 법 위에 군림하며, 개인의 주관이 담긴 판결을 내린다. 한 번의 판결이 판례로 남아 사회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감형의 기준이 되는 반성문 역시 피해자를 향한 진정한 사과보다는 법원에 대한 예의 표시로 활용된다.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정이 어느새 권력의 중심이 되고, 사회의 균형을 뒤흔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AI 판사 역시 편향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기존 법조 시스템이 이미 기울어져 있다면 AI도 동일한 편향을 학습하게 된다. 과거의 차별적인 판결을 그대로 답습할 확률이 높다. 더욱이, "AI 판사는 공정하다"는 환상 때문에 판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AI는 법을 해석하고 공정하게 적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통계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기계일 뿐이다.
법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집단은 누구인가? 현실적으로 그 역할은 여전히 사법 기득권층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 판사는 사법 카르텔의 종말이 아니라 그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행정·법률 시스템을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으며,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미 중국 법원에서는 AI가 간단한 소송 사건을 처리하고 판결문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AI 판결 시스템이 과연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 정부가 특정 사건을 통제하고 싶다면, AI 판사의 학습 데이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판결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AI 판사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우려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AI 범죄 예측 시스템인 COMPAS 역시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 시스템은 흑인 범죄자에게 더 가혹한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기존의 차별적인 요소까지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법부 카르텔이 산산이 부서진 후에야 AI 판사든, 새로운 시스템이든 논의할 수 있다.
법과 국가 시스템의 운영을 독점하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권력을 정당화하는 뿌리는 엘리트주의에 있다.
우리나라 엘리트주의는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시험을 통한 선발 과정이 겉으로는 공정해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교육, 네트워크, 부모의 배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유리한 출발선을 보장한다.
시험 제도는 수혜자들이 이 사실을 자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시험을 통과한 순간 자신이 공정한 경쟁의 승자이며,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
직업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먼저 챙긴다.
문제는 일반 대중들도 엘리트의 이러한 습성을 비판하고 타개하려는 데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특권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여기며 '노오력'을 하지 않은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거나,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잘 배운 이기주의자가 탄생한다.
보이지 않는 계급의 꼭대기에서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문제를 지속시키는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AI가 사법 개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전에, 현 사법부가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공정한 법을 원한다면, 판사 교체가 아니라 사법 시스템의 민주적 감시와 견제 장치 강화가 우선이다.
사람들은 "판사부터 AI로 교체하자"는 말을 농담처럼 던진다.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에는, 이미 사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과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는 무력감이 자리하고 있다.
사법부는 권력을 쥔 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판결을 내린다.
그들의 결정은 법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으며, 국민은 그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AI 판사를 논의하는 이유는, 더는 인간 판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판사를 AI로 교체할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판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엘리트들이 가진 특권이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사회적 의무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공정한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판사부터 AI로 교체하자"는 말이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판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자"는 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사법부가 진정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AI 도입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