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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r 01. 2019

01. 낙서를 좋아하는 아이

열정은 식고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시미술은 그동안 해왔던 낙서와는 다르게 어려웠다.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는 입시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따라가기 바빴다.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왜 내 손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반년 동안 부족한 기초를 메우기 위해서 여러 도형을 따라 그리고, 사진을 모작하면서 학원에 다니기 전보다 실력은 늘었지만 처음 가졌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애니메이션 감독에 대한 꿈은 희미해져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건 나보다 잘 그리는 옆사람들의 그림이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반년 동안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실력이 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구나”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원장실로 불려 갔다. 이유는 학원비가 연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편함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체 고지서가 꽂혔고, 급식비를 내지 못해 급식실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집안의 상황을 무시하고 비싼 학원비를 엄마 혼자 감당하게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가득 차서 온전히 그림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와 열정으로 시작했던 그림은 어느새 부담감이 되었고, 우울한 현실을 잊고 싶었던 나는 게임으로 도망쳤다. 게임을 하는 동안엔 무력함을 잊을 수 있었다. 게임 캐릭터는 더욱 강해져 갔고 현실 속 나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결국 첫 대학 입시이자 미대 입시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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