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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r 05. 2019

03. 못할 게 뭐가 있어? 그냥 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왜 불행한 걸까?


2012년 10월 전역하고 교회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화 아카데미가 있는데 한번 배워보는 게 어때?"


단기선교 팀장이었던 누나는 내가 그림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군인이었을 때 만화책을 선물해줬는데 그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소개해준 것이다


그해 12월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3년간 만화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배웠다.


2014년 11월  추천받은 홍대 인근 미술학원에서 1년 동안 해부학을 배웠다.

파트타임으로 버는 돈 50만 원 중 미술학원비  20만 원, 교통비 10만 원, 핸드폰 요금 4만 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허덕였다. 당연히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고 학원에 나가지 않는 날은 집이나 회사에서 끼니를 때우고 나머지 시간을 가까운 카페에 앉아서 6시간~7시간을 그림을 그렸다.



만화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단순히 사진 모작만 해서는 만화를 그릴 수 없었고,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고, 조언을 받을 때마다 주눅 들고 만화에 재능이 없는 걸까?

마음속으로 차곡차곡 자신을 향한 불신을 쌓아가던 중 작가님의 충격적인 피드백이 들어왔다.


“만화가 말고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3년 동안 만화를 배우기 위해 달려왔던 시간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나는 떳떳한가 했을 때 변명할 여지는 없었다. 마음 한 편으로 이대로 잘 따라가면 언젠가 만화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안일한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고질적인 게임 중독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기 때문이다.


“성원 씨는 일본어 잘하지 않아요? 내가 성원 씨였으면 일본에 갔을 거예요”

2015년 8월, 친구와 규슈 여행을 다녀온 후로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분명 나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앞은 보이지 않았고 언제쯤 제대로 된 작품을 쓸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워킹 홀리데이에 뛰어들었고 행복해 보였다.


"너무 쉽게 자기 인생을 포기하지 말아요"

만화가가 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포기했었던 워킹홀리데이 었다.



그동안 너무나 쉽게 상황을 핑계로 포기해온 것들이 생각났다.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도, 미술 대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도 너무 쉽게 포기했었다


... 나에게 화가 났다

“못할게 뭐가 있어, 그냥 해!!”


2015년 11월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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