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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r 07. 2019

04. 주 6일 열두 시간

이건 직원인가 아르바이트인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 1월, 해가 지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시작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에 돈을 모을 수 있을만한 직종은 음식점 직원밖에 없었다. 돈이 될만한 기술도 없고 학벌도 없는 스물일곱 살 남자는 갈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처음 하는 식당일은 실수투성이었고, 12시간씩 일하는 데에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다.

2주 뒤 ,  나보다 6살 정도 어린 친구가 들어왔다. 그 애는 어려서부터 여러 곳에서 알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일에 금방 능숙해졌다.

나중에 가서는 내가 한 실수를 그 친구가 해결하는 둥 어느새 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됐다.


1월 마지막 주 오전 타임이 끝나고 사장님이 불렀다.

그만 나와달라는 통보였다 1달이 채 안된 시기였다.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사회는 사람을 너무도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구나."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경험한 식당 직원은 얼마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대체 소모품 같은 인상이었다. 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예민하게 구는 걸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3월 삼성동에 위치한 고깃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은 매 분기 2분기에 신청하고 바로 합격할 것을 예상해서 6월까지 하기로 사전에 언 지를 해두었다.

오전 10시에 나가서 저녁 12시 30분에 에 돌아오는 지옥의 스케줄을 반복했다.


12시간~13시간 동안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기절하듯 잠들고 다시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게 마치 하루를 낭비하는 것 같았다.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으니 잠을 줄여서 그림을 그렸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식당 창문 너머로 학교 운동장이 보였다.

아마 학교 점심시간이었던 것 같다. 점심까지 다 먹고 남는 시간에 애들끼리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저런 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그게 괜히 부러웠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에 사장님께 허락받고 동사무소와 학교에서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신청은 다른 나라보다 유독 까다롭다는 평이 있는데 그 이유는 원어(일본어)로 이유서와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신청 서류중 필요한 계획서(왼쪽)와, 이유서(오른쪽)

여태까지 소심하게 살아온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건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다.


마침 주변에 일본 유학을 다녀온 누나가 있었지만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쉽사리 도움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신청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나서야 도움을 구했다.


그 누나는 생각보다 흔쾌히 이유서와 계획서 중 어색한 표현을 고쳐주었고,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해주었다.


지레 겁먹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준비되어갔고 절대로 모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초기 자금 250만 원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5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었다.




철이 들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살았다

자기 할 말 다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만큼 나를 숨긴 채 하는 행동이나 일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2분기에 탈락하고 나서 사장님은 내게 조금만 더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쁠 게 없었다 좀 더 일하면 몸은 힘든 대신에 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내성적인 내 성격과는 정반대 되는 성격이었다.

사람의 말에 쉽게 영향받는 나로서는 호탕한 성격인 사장님으로부터 나오는 너는 그것도 못하냐는 식의 말들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참지 않았다


그만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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