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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r 11. 2019

06. 떠나다

출국 전날

11월 13일 일요일

친구들과 마지막 약속이  끝나고 나니 마음 한 편에 바람구멍이 생긴 기분이었다.

정든 사람들 곁에서 떠난다는 건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익숙함을 떠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2015년 여름에 친구와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노숙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노숙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김포공항은 노숙이 불가능했다.  

 

11월 14일 오전 8시 30분 비행기

“왜 하필 아침 첫 비행기로 잡았을까" 

그토록 기다렸던 일본으로 가는 날인데 후회가 되는 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옷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이상하게 아파서 봤더니, 팔뚝에 조그마한 수포가 나있었다.

혹시 대상포진 아닐까? 동네에 작은 내과가 있어 급한 대로 진료를 받았지만, 늙은 의사 선생님은 어떤 약 처방도 없이 하루 뒤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다음 날 수포는 점점 퍼져갔고 전날 갔던 병원은 영 께름칙해서 큰 병원으로 갔다.

불길한 예감은 왜 이리도 잘 맞는 걸 건지

"대상포진입니다."

 항바이러스 일주일치를 처방받았다. 출국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적어도 6시에 공항에 도착해야 했는데 그럴 자신이 없어서 공항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다음 날 늦게 출근하는 동생이 배웅해 주겠다면서 나와 있었다.



11월 14일 월요일

새벽 5시 반 눈을 뜨자마자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 수속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딩 타임은 8시 5분,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동생과 밥 먹고 인사를 했다.

곧 출근할 터인데 일찍 나와준 동생이 고마워서 밥이라도 제대로 먹여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11시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세 번도 넘게 와본 일본이지만 단 두 시간 만에 언어가 다른 세계로 올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3년 만에 교토로 찾아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선택한 전철이었지만 갖고 있는 짐을 간과했다.

28인치 캐리어와 노트북이 든 가방까지 메고 있으니 가는 길이 천리길 같았다.


카와라마치 역에 도착했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약한 숙소는  헤이안 신궁 바로 옆 골목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카와라마치 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이다.


헤이안 신궁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구석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는 어쩐지 보이질 않았다.

같은 곳을 30분 정도 맴돈 후에야 겨우 숨은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오후 5시,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풀었다.

이제야 한 숨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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