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후-꽃은 어딨어? "
봄은 달력보다 아이가 먼저 안다.
며칠 전, 공원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길가에 노란 민들레꽃들이 환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그냥 지나쳤을 텐데, 아이는 아니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는 작은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발이 멈췄다.
아이가 네 번째 봄을 맞았다.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 태어났으니, 봄은 언제나 아이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계절이다.
두 번째 봄이 생각난다. 막 걸음마를 떼던 시절, 아들이 길가의 민들레 홀씨를 발견했다.
동그랗고 하얗게, 바람만 스쳐도 날아갈 것처럼 서 있는 꽃. 손가락 하나만 살짝 건드려도, 숨결만 닿아도 그대로 흩어져버릴 것 같은 여리고 여린 홀씨였다.
아이가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걸 보니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 옆에 쪼그려 앉아 후— 하고 불어 보였다.
하얀 씨앗들이 봄바람을 타고 흩어지자 아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볼이 빨개지도록 온 힘을 다해 후— 불었다.
그런데 홀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작은 숨이 그 여린 홀씨에 닿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아이는 잠깐 홀씨를 바라보다가, 별말 없이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그 빨개진 작은 볼이, 왠지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날, 노란 민들레꽃을 한참 들여다보던 아들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엄마, 그런데 후—꽃은 어딨어?"
후—꽃. 민들레 홀씨를 아이는 그렇게 불렀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름이었다. "응~저 노란 꽃이 햇볕을 좀 더 받으면 후—꽃이 될 거야."
내 말에 아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한 얼굴로.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길을 걷는데 아들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더니 길가에 쪼그려 앉았다. 민들레 홀씨가 피어 있었다. 동그랗고 하얗게,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는 숨을 천천히, 깊이 들이쉬었다. 그리고—
후—
홀씨가 날았다. 정말로, 멀리 날아갔다.
하얀 씨앗들이 봄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걸, 우리는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아무리 불어도 꼼짝 않던 홀씨가 올해는 멀리 멀리 날아갔다. 아이도 그렇다. 엄마 손을 잡고 걸었는데 이제 혼자 앞으로 달려간다.
내년엔 또 무엇을 혼자 해낼까.
기대가 되면서도, 자꾸 오늘을 붙잡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