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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Apr 26. 2018

나이로비의 마타투 1

 마타투가 빨리 달리는 이유

마타투(matatu)는 케냐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웃나라인 탄자니아에서는 달라달라(daladala), 우간다에서는 택시(taxi), 가나에서는 트로트로(tro-tro) 등으로 불린다. 주로 개발도상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정규적인 대중교통 수단인데, 14인용이나 33인용으로 운행하며 나이로비 시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케냐에서 가장 큰 공동체인 키쿠유 사람들이 시작한 산업으로 마타투라는 이름은 키쿠유 언어에서 3을 의미하는 수사인 타투에서 왔다. 오래전 세 개의 동전을 내고 타기 시작했음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베바, 베바! 함씨니 타운! (실어, 실어! 시내까지 50실링!)”  

“씨스타, 우나엔다 와피? 추쿠아 가리 하파! (자매님, 어디까지 가는데? 여기 이 차 타!)”  

“칭총, 잉기아, 하파! 가리 라 바오! (중국인! 여기 이 차로 들어가! 20실링 내는 차야!)”

   

마타투를 타러 가서 처음 마주치는 얼굴들은 줄지어 서있는 차들의 차장들과 그 차장들을 대신해서 정류장마다 호객행위를 하는 마캉가(makanga, 마남바(manamba)라고도 한다)들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삐끼’와도 같은 사람들인데, 이들은 정식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아니지만 보통 정해진 정류장에 정기적으로 나타나서 호객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끌고, 차장들에게 동전 몇 푼을 받아서 챙긴다. 목청이 터질 듯 소리를 지르고, 차를 고르려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얼마를 원하고 어디를 가기를 원하냐고 물으면서 차로 인도하기도 한다. 부릉거리면서 서있는 차들의 몸체를 손으로 쾅쾅 두들기는 것도 이들의 호객행위 중의 하나인데, 나는 그것이 마치 달리는 말의 엉덩이를 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내가 처음 마타투를 탔던 것은 2010년 12월, 나이로비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탔던 낡은 일본 봉고차를 개조한 그 마타투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시끄러운 힙합 음악과 도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스피드, 말이 14인승이지 끝도 없이 승객들을 밀어 넣던 차장, 그리고 속도계 빼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계기판. 뭔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그 공간에서 내 눈에 들어왔던 백미러에 붙은 스티커는 “Peace, Love, and Harmony”라고 쓰여있었는데, 나는 그 대조적인 상황 때문에 혼자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마타투는 보통 출발하는 정류장에서 사람이 꽉 차야 출발한다. 그날 그날 벌이에 따라서 차장과 기사가 얻을 수 있는 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행을 마친 차장은 차에 기름을 넣고 차주에게 일정한 금액을 가져다줘야 하는데, 그러고 나서 남는 돈을 차장과 기사가 나누어 가질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태워서 출발하고, 또 한 번이라도 더 운행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 속에 마타투는 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운행 방식은 마타투의 과속이나 노선변경 등의 문제를 낳고는 하는데,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종점에 도달하고자 옆길로 새거나 둘러서 가는 마타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가끔 이들이 노선을 순식간에 개척(?)하는 것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물론 노선 변경 때문에 가야 하는 정류장을 놓치게 되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나중에는 도시의 지리에 익숙해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오늘은 이 마타투가 어디를 가로질러갈 것인지, 그리고 나는 또 무엇을 새로 보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는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노선을 갑자기 바꿀 때 볼 수 있는 차장들의 배려(?)다. 길을 바꾸는 것을 큰 소리로 예고해서 목적지를 놓칠 수 있는 승객들을 미리 내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승객들은 투덜거리면서 내리기도 하고, 또 너무하다고 차비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차장과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운행을 많이 하기 위해서 종점까지 가는 승객이 하나나 둘 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냥 멈추고 차를 돌려버릴 때도 있다. 언젠가 한 차장은 마지막으로 남은 승객이 나 하나라는 것을 알고 20실링을 쥐어주면서 내려서 다른 차를 타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다. “혹시 시간 절약하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묻는 나에게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지던 그 차장의 모습을 보고 길 중간에 내려 황망한 기분으로 다른 차를 기다려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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