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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Apr 28. 2018

추적 1

나이로비에서 리어카를 뒤쫓은 사연

그가 헐떡거리면서 채 삼키지 못한 침이 길고 느린 선을 그리면서 뚝- 뚝- 떨어졌다. 그는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바들거리는 오른손으로 누군가 노동의 대가로 건네는 동전 몇 닢을 받았지만 그걸 쥐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그는 리어카꾼이 끔찍하게 가파른 언덕길을 넘을 수 있도록 무거운 짐이 가득한 리어카를 뒤에서 끝까지 밀어낸 4명의 일꾼들 중 하나였다. 너무나 지쳐버린 그는 힘든 발걸음을 겨우 내디뎌 도로변의 좁은 인도에 털썩 주저앉았다. 헐떡거리면서 내쉬는 숨의 격렬한 박자를 따라서 가냘픈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자락은 먼지와 흙이 묻어 원래 색깔이 어땠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바쁘게 걸어가는 행인들이 그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의 몸은 교통체증에 움직이지 않는 수많은 자동차에서 뿜어진 매연이 만든 스모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은 나이로비의 오후를 더 뜨겁게 데우고, 가스펠과 힙합 음악이 뒤섞인 소음이 내 귀를 어지럽히고 있었던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 그 공간에서, 그 일꾼은 마치 '버려진 (abandoned)' 것 같았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고통이 버려진 것 같았다. 그 버려진 고통, 그의 근육과 뼈, 온몸에 스며드는 그 고통 때문에 그는 신음하고 있었다. 나는 그 고통이 내 피부에 닿는 것 같은, 어떤 미묘한 전율을 느꼈고 그가 쓰러지거나 숨을 거두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두려웠다. 하지만 잠시 후, 그이는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내 눈과 마음이 그의 움직임을 열심히 뒤쫓았지만 그는 언덕의 아래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비좁은 마타투에서 피로에 지친 승객들과 꽉 막힌 나이로비의 일상에 갇혀있었다. 곧 그 일꾼의 몸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고통을 뒤쫓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바로 추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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