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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Apr 30. 2018

추적 3

므코코테니의 달인들

다음 날 나는 추적을 시작했다. 므코코테니를 끌고 미는 노동을 추적했다. 먼저 평소라면 마타투를 타고 지나쳤을 곳에 걸어서 도착했고, 므코코테니가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그걸 무작정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 ‘느리게만 보이는’ 움직임의 기술을 추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동의 달인들이 만들어내는 속력은 나의 신체적 내비게이션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과 나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레벨의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내가 가쁜 숨과 가파른 길에 정신을 파는 사이에 그이들은 교통체증과 스모그로 꽉 막힌 도로 안에서 마법처럼 사라져 버렸다.


므코코테니(mkokoteni)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리어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 손수레다. 스와힐리어에서 '끌다'라는 뜻이 있는 '-kokota'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추정되는데, 복수는 mikokoteni(미코코테니)다. 분명 어떤 이들은 므코코테니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아스팔트로 현대화되고 있는 나이로비의 도로에 맞는 이동수단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한다. 어쩌면 므코코테니는 100년 간의 기술이 묘하게 공존하는 나이로비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하는 유산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대화된 길에 소속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므코코테니의 본성은 사실 움직임에 대한 공식적인 규칙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그들을 위한 도로표지도 선도 없으니 그들은 그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의 노동이 가진 ‘느림’은 나이로비라는 꽉 막힌 공간 속에서 상대적으로 ‘빠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이로비의 악명 높은 교통체증 속에 수많은 도요타와 니싼들이 무능력하게(?) 멈춰있는 순간에도 므코코테니 노동자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서든 한 걸음, 또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길, 공간, 그리고 방향을 찾아내고 또 즉흥적으로 개척하는 데 도사들이다.


그런 도사들을 내가 감히 무작정 따라나섰던 것이고, 덕분에 삽질을 거듭하고 소득 없이 몸만 지치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므코코테니 하나를 추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놀란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땀에 젖은 재킷에서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심코 전화기를 꺼내 들어 받았다. 그녀는 물었다.


“지금 어퍼 힐 쪽의 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 것이 정말로 너야?"


그 전화는 일종의 깨달음의 신호였다. 나는 조금 더 ‘영리한’ 방법으로 므코코테니의 세계로 들어갈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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