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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May 02. 2018

추적 5

존과 그의 므코코테니를 따라가다

은조로 아저씨를 따라 시장 밖을 지나가는 큰 도로변으로 나갔다.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 이름을 딴 그 도로의 이름은 하일레 셀라시에 에비뉴(Haile Selassie Avenue)였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차와 사람과 수레들로 꽉 차서 붐비고 있었다. 지방에서 온 큰 트럭에서 수많은 일꾼들이 양배추나 양파, 토마토 등을 내리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일이 없는 짐꾼들은 내가 그들 중 누군가를 고용하여 짐을 옮기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칭총(나이로비에서 흔히 중국사람들의 말소리를 흉내 내면서 동양인들을 부르는 말)이라고 부르며 휘파람을 불거나 눈길을 끌기 위한 소리를 냈다.

은조로 아저씨는 도로 한편에 있는 텅 빈 므코코테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몸이 아주 마른 사내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이가 바로 존이었다. 나에게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날, 자신에게는 별다를 것이 없는 일상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던 사람이다.

은조로 아저씨와 존은 같은 키쿠유(Kikuyu 또는 Gikuyu) 공동체 출신의 사람들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저씨는 존에게 재빨리 키쿠유어로 뭐라고 한 뒤 내게 인사를 하고 급히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아마도 아저씨는 저 외국인 친구가 자네의 음코코테니를 따라가고 싶어 한다고 말을 한 모양인지, 존은 나에 대해서 딱히 궁금한 것이 없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길가에 있던 나무의자에 앉아서 좀 기다리라고 했다.

그건 존의 음코코테니에 짐을 맡기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단골로 보이는 소매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 감자나 망고, 양파 등이 가득 들어있는 포대를 맡기고 사라졌다. 그중에 어떤 아주머니는 나와 인사도 나누고 잠시 뒤에 보자는 말을 남기며 마마 까마우(Mama Kamau, 까마우의 엄마)라고 적힌 포대를 하나 내려놓고 갔다. 나는 그이가 케냐에서 보통 마마 음보가(Mama Mboga)라고 불리고 야채나 과일 등을 길에서 파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니, 그이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른 음코코테니에 짐을 맡기는 모습이 보였다. 존의 음코코테니는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짐으로 가득 찼고 주변에 있던 다른 음코코테니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꾼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짐들을 재주도 좋게 엮어서 떨어지지 않게 잘 챙겨서 하나 둘 목적지를 향해 떠나기 시작했다.

존의 음코코테니도 곧 떠날 준비를 마칠 것 같았는데, 그는 그래도 늘 오는 단골들을 더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마르고 연로해 보이는 노인 하나가 나타나 존이 상품들을 묶고 싣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다 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모든 물건들이 테트리스처럼 쌓이더니 결국에는 다 실어졌고, 존은 주머니에서 동전 몇 푼을 꺼내서 노인에게 건넸다. 서로가 서로의 단골이 되고 그 사이에 오고 가는 푼돈으로 각자의 생계가 유지되는 현장이었다.

드디어 존이 내게 출발하자는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느릿느릿 무거운 음코코테니를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긴장한 마음으로 그의 음코코테니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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