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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May 07. 2018

추적 10

추적의 끝

므코코테니를 미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는 존과 마이나가 끄는 수레를 따라갔다. 이제는 평평한 지대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힘들게 밀어야 하는 부분은 없었지만, 그래도 끄는 어느 정도의 미는 힘은 필요했기에 마이나가 앞에서 끄는 동안 나와 존이 뒤에서 미는 일을 계속했다 (사실 내가 가진 노동력이 별 보탬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교통체증과 오르막을 벗어난 지역에서 므코코테니는 종횡무진했다. 가끔은 차가 달려오는 것을 마주 보면서 직진하기도 했고, 무단으로 선을 변경하기도 했고, 또 덤프트럭 같이 커다란 차들과 거의 스쳐가는 듯이 가깝게 움직이기도 했다. 나는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도 또 존과 함께 어떻게든 이 므코코테니의 종착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더 달라붙어 움직였다. 그저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차들이 멈춘 지점에서 여러 자동차들 사이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중형차를 타고 있던 운전자와 조수석에 있는 이가 창문을 내리고 내게 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웬 외국인이 그렇게 므코코테니를 쫓아다니고 있으니 질문을 할 만도 했다. 하지만 난 외국인으로서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딱히 그런 질문에 대답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몇 시간 째 평생 해 본 적이 없었던 육체노동을 하던 중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정말 아무렇게나 나온 나의 대답은 이랬다.


"니나타카 쿠주아 마이샤 야 와케냐 (케냐 사람들의 삶을 알아보고 싶어서요)."


내 대답을 들은 그 두 사람은 세상에 이 보다 재밌는 것이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약간은 비웃음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거기에 뭐라고 더 말할 힘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다. 차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계속 목적지를 향해 므코코테니를 밀었다. 큰길을 지나서 작은 도로로 수레를 꺾어 들어갔을 때, 어디서 낯이 익은 아주머니가 보였다. 바로 오전에 존에게 커다란 포대를 맡기고 나중에 보자고 인사를 하고 샀던 마마 까마우였다. 아주머니는 아까 잠시 보았던 나를 다시 보는 것이 반갑다면서, 오느라 수고했다고 썰어둔 수박을 건네주었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나무로 엮은 간의 상점을 하는 마마 까마우와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존과 같은 사람들이 므코코테니로 실어다 주는 그날의 상품을 팔아서 하루하루 먹고살았다. 하찮아 보이는 므코코테니의 길과 이어지는 사람들의 생계를 세 번째로 관찰하는 순간이었다.


마마 까마우와 같은 동네 노점상들을 몇 군데 더 들리고 그날의 배달을 마친 마이나와 존을 따라 잠시 도로 한편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평소에는 어떻게들 쉬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기에 노점상에서 물을 세 병 사서 함께 마셨다. 그렇게 배달을 하고 마이나에게 지불할 돈과 므코코테니를 대여한 돈(그렇다 그 수레 조차도 존의 수레가 아니었다)을 빼고 남는 돈은 400실링 (약 4달러) 정도라고 했다. 존이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오천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인 것이었다.


돌아가는 길, 나는 도무지 걸을 수가 없어서 존에게 내가 차비를 낼 테니 마타투(미니버스)를 타자고 했다. 고작 20실링이면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존의 수입을 생각했을 때 그는 절대로 마타투를 탈 리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차비를 대준다고 해야 했다. 함께 시장으로 돌아가 어디 가서 요기를 좀 하면서 얘기를 하자고 시장 상인들이 자주 가는 거리의 음식점에 들어가는 길에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게 존을 소개해 준 은조로 아저씨였다. 팔을 흔들면서 잘 다녀왔냐는 그에게 나는 대답할 힘도 없었는데, 존이 대신 큰 소리로 잘 다녀왔다고 응답해 주었다. 그는 내가 자신을 따라 그날의 배달을 끝낸 것이 내심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의 추적이 끝났다.


추적의 시작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저 숨을 몰아쉬느라 침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일꾼이 있었다. 그가 느끼는 고통과 그 고통의 원천에 있는 노동이 궁금해서 시작한 추적이었다. 추적의 마지막에는 존이 있었다. 원래 농부였던 존은 돈벌이를 찾아 도시로 나와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므코코테니로 배달하는 일을 해왔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은 므코코테니를 불평하고 나이로비는 하루가 다르게 차로 구성되는 도시가 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추적이 끝났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존을 비롯하여 므코코테니를 통해 생계가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윤택해질 수 있는 나이로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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