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Nowhere in Africa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자지구(Gaza Strip,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영토)의 뉴스를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한 편 있다. <Nowhere in Africa>라는 케냐를 무대로 한 독일 영화이다. 내용은 케냐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독일계 유대인들의 실화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역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케냐는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는데, 무슨 독일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나 싶을 수도 있는데, 히틀러가 독일 내 유대인들의 삶을 옥죄어 오던 시절 몇몇 유대인들(사실 독일시민이었던 사람들)이 케냐로 이주했다. 그러니까 그이들은 사실 히틀러의 독일을 탈출한 '난민'들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중의 하나였던 변호사 출신의 남성과 그의 가족인데, 원작 소설을 쓴 작가 Stefanie Zweig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스스로가 겪은 케냐의 모습을 담은 듯싶다.
아카데미영화상의 외국어영화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아름다운 케냐의 풍광과 함께 독일어와 영어 그리고 스와힐리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특히 주인공의 딸이 어린 시절을 케냐에서 보내면서 영어와 독일어 보다도 스와힐리어를 더 마음에 담고 말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인상적으로 봤다. 아이는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이자 아버지의 친구였던 Owuor를 통해 스와힐리어 단어들을 배워나가고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케냐 아이'로 성장하는데 이와 반대로 영국식 기숙사 학교에서는 영국인들에게 차별받는 '유대인 아이'가 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자지구의 사태를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사실 뻔하다. 한때 유대인들도 난민이었고, 끔찍한 학살의 피해자들이자 생존자들이었다. 그렇게 오래 난민 생활을 하고, 차별과 핍박을 받은 유대인들이 세운 나라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사망하고 있는 것은 혹시 역사의 함정일까 싶다. 물론 가자지구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열강들의 정치와 외교의 조화가 있었고, 이스라엘만 들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 가자에서 사람들이 흘리고 있는 피는 어쨌거나 이스라엘이 쏘고 있는 총알과 폭탄 때문이니까 말이다.
아무리 먼 곳의 일이라도, 또 아무리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도, 오늘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무덤덤해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