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이야기

2018년 12월 14일

by 심한수

십수년을 개강과 종강이라는 시간틀 속에 살다가 지난 2년 동안은 개강도 종강도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지난 9월 오랜만에 개강을 했고 오늘은 종강을 했다. 4개월 동안 80명이 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얼굴만은 기억하려 애를 썼고 눈도 많이 맞추었다.


기말고사가 남았지만 이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을테다. 출석하려고 금요일 오전의 피로를 담은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모습도 왠지 그리워질 것 같다. 아쉽다.


수업이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또 그건 정말로 듣기좋은 말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교수님 이거 아시냐며, 자신들이 아는 것을 나와 나누고자 하는 그 마음에 더 큰 보람을 느꼈다. 인류학을 복수전공하겠다며 수줍게 또 씩씩하게 밝히는 모습도 좋았다.


미국과 케냐에서 만난 학생들에게도 그랬지만, 시험이 끝나면 인류학의 상세한 용어들은 잊어도 된다고 했다(물론 전공하는 학생들은 예외지만). 대신 무슨일을 할 때도, 또 어떤 역할을 맡을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방향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건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그런 방향은 여러분들에게 더 큰 기회를 열어주리라고 믿는다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 모르는 그런 소리를 마치 경험 많은 선생인 척 늘어놓고. 빈 교실의 불을 끄면서 들었던 생각은 -- "이번 학기도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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