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발표를 하러 다른 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모든 것이 윤택하고 편리했던 그곳에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지 지친 몸을 겨우 이끌어서 돌아왔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 안에서, 눈 앞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낡은 마타투 차량들 그리고 당나귀 수레를 보면서 괜히 안도감이 들었다. 외국에서 얻은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버스가 시내에 도착했다. 짐을 들고 끙끙거리면서 내리는 나를 보고 젊은 차장은 열심히 길안내를 자처한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켄콤이고 거기에 가면 몇 번 버스가 있는데......"
그런 그이를 보면서 나이 지긋한 기사 아저씨가 말씀하신다.
"Yeye si mgeni (걔는 손님이 아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신다. 나는 감사히 고개를 끄덕하고 내려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이 묘하게 편하다. 아 이제 여기가 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