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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Mar 10. 2018

베이징 변두리의 버스 안에서
떠올린 추억

무릎과 무릎이 닿는다. 손과 팔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꼼짝도 못 하고 고개만 두리번거린다. 제대로 된 좌석도 없는 공간인데 묘하게 신식이다. 하나하나 올라타서 창문 사이에 붙어 있는 위챗 바코드를 찍어서 차비를 낸다.


한국에서는 조금 드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대중교통이 채우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채워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또 이윤을 창출하는, 일종의 제도권 밖의 체계는 바로 이런 작은 버스들로 이루어진다. 어떤 곳에서는 불법이기도 하고 또 나라마다 도시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지만, 이런 작은 체계의 존재가 수많은 서민들의 일상을 완성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앉아있는 자세는 너무너무 불편한데 나는 마냥 신나서 웃음이 난다. 케냐에서는 작은 버스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꽉꽉 채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 공간의 생활에 매료되어 논문까지 썼다. 몸은 케냐를 떠나 3년이 흘러서 그곳의 공기와 느낌을 필요로 하던 차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베이징의 변두리에서 오랜만에 케냐의 추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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