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죽음을 기억하며
어제 그 코뿔소의 죽음을 접했다.
인간의 미련 때문에 그의 고통은 연장되고 있었고 이제는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수단, 마지막 수컷 북부흰코뿔소는 인간의 손으로 포획되어 고향땅인 동아프리카를 떠나 체코의 동물원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향땅에서 이제는 그를 보호하는 사명을 가진 인간들에게 철통 같은 보호를 받으며 남은 여생을 보냈다. 그가 떠난 보호구역에는 이제 그의 딸과 손녀가 남았지만 수컷이 남지 않은 이 종은 사실상 멸종을 앞두고 있다.
백인들이 발을 디디기 전 동아프리카는 수많은 동물들과 인간들이 공유하는 터전이었다. 물론,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마사이 소년들은 성인식을 거치며 사자를 사냥하며 용맹을 증명해야 했고, 코끼리들은 자신들이 나아가는 길 앞에 걸리적거리는 인간들의 터전을 짓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양쪽은 절대로 서로의 종을 끝장내는 일을 한 적은 없다. 쓸데없이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도 않았다.
백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사자의 가죽과 코끼리의 상아, 그리고 코뿔소의 뿔을 탐냈다. 조금 일찍 온 백인들은 그 전리품을 들고 뽐내고 싶어 했고 나중에 온 백인들은 약재로 쓸 것들이라며 밀렵에 동참했다.
그렇게 수많은 동물들이 부모와 형제, 자매를 잃었다. 가죽이 작고 뿔이 짧아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어린것들은 보살핌이 없어 굶거나 먹힘을 당하여 죽어갔다. 백인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의 전리품과 약재에 수많은 동물들의 눈물과 고통이 서려있었음을.
수단의 동족들도 그렇게 사라졌다. 얼떨결에 종족보존의 마지막 보루라는 부담을 짊어졌던 그 코뿔소. 그가 죽었다. 그 부담 속에 진통제까지 맞으며 생을 강제로 연명당한 그 코뿔소.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