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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Apr 03. 2018

케냐로 돌아갔던 이유 1

베바! 베바!

2010년 12월에서 2011년 1월 사이의 5주 동안 케냐의 나이로비와 니에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 나는 두 번을 더 홀로 나이로비를 찾았고, 2013년부터는 15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인류학자들이 평생 잊지 못하는 박사논문 필드워크를 했다. 앞서 쓴 글에 언급한 조 아저씨는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케냐 친구로 남아있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곳은 나이로비가 되어버렸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2010년 12월 13일 오후, 나이로비에 도착한 나는 조 아저씨를 따라 길을 나섰다. 잠시 걷다가 버스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서 본 차들 중에 가장 낡은 일본제 봉고차에 올라탔다.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첫 마타투(matatu)였고, 나는 이 기억을 2016년에 끝낸 졸업논문의 한 챕터로 이어갔다.


마타투는 소유자들이 따로 있는 사적인 미니버스 시스템이지만 그 기능은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깨달았지만 마타투의 세계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케냐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마타투는 케냐와 관련된 연구주제 중에서 정말 총체적인 주제였다.

낡고 덜컹거리는, 한국에서라면 폐차장으로 직행해야 했을 그런 봉고차에, 과속은 물론 시끄러운 음악까지. 그 요란한 버스 탑승의 경험은 순식간에 내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거기다가 그 모든 혼란을 조절하면서 기사들과 소통하고, 경찰의 단속은 피하고, 귀신같이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차장의 존재는, 언젠가는 이들과 제대로 대화하고 싶다는 학자적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베바! 베바! (Beba! Beba!)

마타투 차장들이 자주 외치는 말이다. 스와힐리어에서 '싣다'라는 동사이다. 사실 사람들에게는 '타라'고 말해야 맞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은 아닌데 이 업계 안에서는 통용이 되는 말이다. 그렇게 베바베바를 외치는 수많은 차장들이 마타투 세계를 움직이고 그 낡은 차들을 굴러가게 하는 또 다른 모터였다. 난 그들의 삶에 다가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은 그렇게, 나이로비에 도착한 첫날, 작은 미니버스 안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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