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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한수 Apr 13. 2018

키베라 이야기 2

세계 최대의 빈민가는 사실 인기가 많은 곳?

키베라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고 또 키베라를 자신의 연구나 직업적 소재로 다루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연구주제를 정하면서 고민이 있었고, 끝내 주요 주제로 넣지는 않았음에도 논문 여기저기에 키베라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키베라를 다루는 것에 일종의 반감이 생겨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싶은 무식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로비의 많은 서민들이 키베라와 같은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니 나이로비에 대한 내 논문에 키베라가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왕 키베라를 살펴본다면 대체 왜 키베라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엔지오, 그리고 수많은 연구자들과 국제단체들에게 키베라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교회와 구호단체들의 집합지


키베라에 갈 때마다 느낀 점 하나는 구원을 부르짖는 교회와 구호에 앞장서는 엔지오가 정말 많다는 점이었다. 어디서 들어보기도 힘든 온갖 종파와 선교사 및 성직자들이 키베라에 있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정말 많은 엔지오들이 빈곤퇴치와 구호를 위해서 키베라에 사업장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위해 일하는 것에 비해 키베라가 정말 나아지고 있는지는 별로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수많은 종교 및 민간단체들이 정말로 키베라의 '구원'을 바라는 지도 의문스러웠다. 사실 키베라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만약 모모 단체가 키베라에서 교육사업을 한다, 보건의료사업을 한다는 등의 소재가 있다면 그건 그 단체의 후원금 캠페인에 있어 아주 큰 동력이 된다. 아마도 홈페이지 전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 될 터이다. 이것이 요즘 소위 말하는 빈곤의 포르노가 아닌가 싶다. 빈곤의 이미지와 소재가 빈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모습에 대한 표현이다.


열심히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분들에게는 실례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키베라 골목골목을 채우는 가스펠과 엔지오 간판 숫자는 키베라의 긍정적인 변화와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키베라 이외의 수많은 빈민가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했던 부분이고, 아마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사회 전체에서도 나타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프로젝트의 공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키베라는 또 다양한 프로젝트의 공간이었다. 키베라 영화학교, 키베라 맵핑(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등 알려진 시도들만 해도 다 세기가 어렵다. 화장실이 없어서 소위 말하는 플라잉 토일렛(날아다니는 화장실, 배설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멀리 던지는 방식)으로 악명 높은 키베라에 친환경 화장실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들 모두 키베라 주민들의 참여를 불러일으켰고, 그에 대한 신문기사나 논문들이 쏟아졌으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 나이로비에 있는 유엔사무소에서 무슨 행사를 하면서는 꼭 키베라를 끼워 넣어서 키베라의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누군가를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의 보여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모든 프로젝트들이 없었던 것보다는 있었던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키베라는 이 모든 시도들의 '실험장'과도 같았고, 대체 뭐가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얼마나 주민들과 그 가치가 공유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린 행사적이고 단발적인 밑그림에 키베라가 들어감으로써 그럴듯한 그림이 완성되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아쉬움이 관찰자인 나의 마음에 항시 남아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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