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메탈>은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선 전혀 주목받지 못한 대리우스 마더의 <사운드 오브 메탈>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남우주연·남우조연·각본·편집·음향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각본·편집상을 받는 건 어려워 보이고, 남우주연·남우조연상은 가능성이 없진 않다. 다만 음향상은 <사운드 오브 메탈>이 받아야 한다. 이 영화는 청각을 잃은 드러머에 관한 이야기. 음향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이건 분명 흔치 않은 영화적 체험이다. 지금도 충분히 이 영화가 좋지만,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봤으면 아마 더 좋아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더 존중받아야 한다.
오해해선 안 된다. 이건 청각 장애 극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청각을 잃는다는 걸 장애로 생각하지 않기에 극복이라는 말도 있을 수 없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루빈(리즈 아메드)은 소리가 있던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그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는 게 어찌 쉬울 수 있을까. 정희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로운 걸 안다는 건 크게 상처받는 일이지 않나. 상처받길 원하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건 당연하다. 루빈도 그렇다. "청각 임플란트라는 수술만 받으면 다시 밴드를 하고 투어를 할 수 있어."
<사운드 오브 메탈>은 부적응자의 혼란을 음향으로 보여준다. 소리가 존재하는 곳에서 그 소리들이 점점 사라지고 귀가 웅웅대는 곳으로, 쇳소리(사운드 오브 메탈)가 지끈거리는 곳에서 이번엔 정적의 세계로. 대리우스 마더는 어떤 조급함도 없이 이 과정을 천천히 짚어 나간다. 그럼 루빈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세계에도 속하지 못 한채 떠돌거나 소리가 없는 세계로 진입하거나. 대리우스 마더는 확신하진 못하지만 새 세계엔 새 삶이 있을 거라고 보는 듯하다. 잃어버린 청각이 장애가 되는 순간은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세계에 집착할 때다. 새로운 삶 앞세 서게 됐을 때 중요한 건 그 운명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체념하고 끌려 들어가느냐, 아니면 인정하고 내 발로 직접 뛰어드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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