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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당신을 위한 사진 한 장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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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태현 Oct 13. 2015

마을의 기원

#006 "행복하고 싶다면 샘물가를 찾으라"

사람은 관계를 통해 삶의 만족을 얻는다.
행복하고 싶다면 소통이 있는 샘물가를 찾으라.

몇 해 전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물이 없어 타들어가는 땅에서는, 조그마한 데다가 불결하기까지 한 웅덩이 하나를 놓고도 수 천 명이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NGO단체와 함께 우물 시추에 참여해 사업을 직접 경험하고 추후에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떠난 길이었다.

물 한 방울 없이 말라버린 강, 사람과 동물이 한 데 뒤엉켜 물을 마시는 지저분한 웅덩이, 그나마 그 더러운 물이라도 얻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물동이를 이고 찾아오는 소녀들... 우물을 파러 다니는 내내 일찍이 본 적 없는 낯선 풍경들이 이어졌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는 주변의 나뭇가지와 풀잎으로 지은 엉성하고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었다. 물이 없어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웅덩이 가까이로 옮겨온 난민들의 거처였다. 약간의 물때문에 마을 하나가 사라지고 새 마을이 생겨난 것이었다.

기근이 심한 땅에 우물을 파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추를 하기 전에 충분한 물이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하고, 시추를 한 후에도 공급량이 충분한지 다시 정밀하게 검사를 해야 한다.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마을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물이 나오는 우물을 다시 묻어버리기도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족한 물 때문에 유혈사태가 벌이지게 된다. 우리도 우물을 팠다가 두 번이나 묻었다. 물은 쏟아져 나왔지만 주변의 4개 부족이 쓰기에 매장량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실망했고, 함께 따라와 구경을 하던 주민들도 실망했다. 우리에게는 사업의 문제였지만, 그들에게는 생명의 문제였다. 그런 이유로 적잖이 실망스러웠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세 번째 시추에서 성공했는데, 매장량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이 없는 황량한 땅에 우물을 파놓고 보니,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마을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물 하나에 몇 개의 마을이 생긴다. 우물 하나를 두고 마을과 마을이, 부족과 부족이 만난다. 여러 마을의 부녀들이 모여든다.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게 된다. 매일 만나 물을 뜨면서 안부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일 때는 무작정 미워할 수 있었는데, 서로 알기 시작하니 더 이상 미워할 수 없게 된다. 관계가 맺어지면, 투닥투닥 다투고 흉은 볼 망정, 서로에게 총칼을 들이대지는 못한다.

물 뜨는 길이 가까워지니 여인들은 조금 더 생산적인 일들을 할 수 있고, 마을들의 중간 지점에는 물 뜨러 갈 일이 없어진 어린이들 위한 학교도 생긴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어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우물이 생기고 사람이 모이고 소통이 시작되면 관계가 맺어지고 너그러운 일상의 삶이 찾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샘물터는 또 다른 의미의 '마을의 기원'이 된다.

현대 도시의 기원은 마을의 그것과 다르다. 샘물이 있고 사람이 모이고 소통하고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마을과 다르게, 먼저 도시를 만들고 아무런 소통과 연결 없이 사람을 모아놓는다. 생명으로부터 연결되고 소통된 것이 아니기에 공동체가 될 수 없다. 공동체가 아니니 너그러운 일상의 삶도 없다. 마음이 각박하고 삶이 강박해진다. 옆 집 사는 사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매일 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녀도 어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