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복 Nov 18. 2018

난 정말 몰랐어요

이태복 박사의 아름다운 변화 이야기

시골에 사시는 85세의 할머니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신다.

이따금 시내에 들러 침을 맞는다.

한의사가 말하기를 

“한 달을 맞아야 나을 수 있습니다.” 


곧 나을 거란 꿈을 안고 이틀에 한 번 시내로 출근하듯 하신다.

열흘쯤 지났을까 기대만큼 진전이 없다.

성격이 급하신 어르신

약국에 들러 좋은 약이 없는지 묻는다.

약사는 ‘마그네슘 350’을 추천하고

“하루에 한 알을 드시면 됩니다.”

할머니는 약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를 사신다.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계신다.

“350개가 들어 있는데 한 알씩 먹으면 1년 동안을…

언제 이것을 다 먹어. 하루에 두 알씩 먹자. 그래야 빨리 낫지” 다짐을 한다.

저녁부터 두 알씩 드신다.

이런 지 며칠이 되었다. 


서울에 사는 딸이 이 어머니를 찾아뵙는다.

평소에 못 보던 약통이 보인다.

“엄마, 이게 뭐야?” 큰 소리로 말해보지만 잘 들리지 않으신다.

“엄마... 또…. 엄마…” 여러 번을 반복해서 말을 하고 나서야 겨우 알아채리신듯 

“이러저러해서 두 알을 먹고 있단다.”


60이 가까운 딸이 돋보기를 끼고서  ‘마그네슘 350 약통’을 집어 들고 살펴본다.

“1일 섭취량: 1 캡슐/ 90일분… 350mg”

깜짝 놀란 딸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엄마에게 설명한다. 

“아~ 그런 거구나. 나는 350이란 글자가 350개 들어있다는 것으로 알았지…”

이제 어르신은 하루에 한 알을 드신다.

어르신에게 약을 팔았던 그 약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자신은 아주 자세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상대방도 당연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해석하거나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지식의 저주’라고 한다. 


'지식의 저주'는 우리 도처에 많이 숨어있다.

후배가 나와 동일한 IT 지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업무지시를 한다. 그러나 후배는 이 업무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다.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일을 지시하면서 “산뜻하게 해 봐!”라고 말을 했다. 부서원은 ‘자료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라는 의미겠지.’라고 해석을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이미지와 글씨체 등에 공을 들였다. 부서장에게 자료를 갖고 가자 ‘내가 언제 이렇게 하라고 했어!’라며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했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는 내용을 단순하게 다듬어 오라는 뜻으로 지시한 것이었다.    


소통을 할 때 나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용기를 빼앗아가는 말, 골렘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