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원인 3, 허위 합의 효과
얼룩말은 하얀 바탕에 까만 줄무늬일까? 검은 바탕에 하얀 줄무늬일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하얀 바탕에 까만 줄무늬라고 답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답은 다르다. 그들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무늬라고 말한다. 그들의 피부색이 검기 때문에 검은색을 바탕색으로 보기 때문이다.1
사람들은 서로 생각이 비슷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많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조 샌드위치 가게에서 식사하세요’라고 쓰인 광고판을 30분 동안 몸 앞뒤에 붙이고 학교 안에서 다닐 수 있는지를 물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 중 53퍼센트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47퍼센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의한 학생들에게 ‘학생들 중 몇 퍼센트가 이 광고판을 붙이고 학교를 돌아다닐 것 같나요?’라고 물었다. 반면에 거절한 학생들에게는 ‘몇 퍼센트가 거절할 것 같나요?’라고 질문했다. 동의한 학생들은 약 65퍼센트의 학생들이 동의할 것이다, 거절한 학생들은 약 69퍼센트가 거절할 것이다라고 추정했다.2
두 그룹 모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많다고 추정한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 생각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고 맞다고 보는 현상을 ‘허위 합의 효과’라고 한다. 남들도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 길 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어. 내 말이 틀리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런 말의 이면에는 허위 합의 효과가 스며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다.
나는 한 은행의 팀장들에게 강의를 했다. 참가자들에게 ‘부하 직원의 기를 살리기 위해 가장 잘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한 팀장이 손을 들더니 ‘저녁에 회식을 하는 겁니다’라고 답을 했다. 과연 이 방법이 직원들의 기를 살렸을까? 그 뒤 우연히 같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강의를 하게 되었다. 참석한 직원들에게 ‘가장 하기 싫은 게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팀장과 함께 하는 회식입니다. 팀장은 참석하지 않고 법인 카드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팀장은 회식이 직원들을 동기부여한다고 믿지만 그저 일방적인 믿음이었을 뿐이다.
허위 합의 효과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여자 친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선물을 주었는데 ‘이건 내가 갖고 싶은 게 아닌데’라는 반응을 듣고 실망한 남학생.
여름철에는 역시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묻지도 않고 아이스커피를 주문하여 낭패를 본 친구.
부서원들도 등산을 좋아하겠지라고 믿고 부서원들을 산으로 데려가는 상사. ‘대다수의 국민이 이 의견에 동의할 것입니다.’고 말하는 정치인.
이들의 등 뒤에서는 ‘아니오.’라는 불만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상대가 충분히 알아듣고 받아들일 정도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둘 간의 벽은 더 높아진다. 허위 합의 효과는 이런 식으로 지식의 저주를 가져온다.
‘이 바닥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니까 다들 생각이 다 비슷할 거야!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와는 생각이 다른 너무도 많다.
<참고 문헌>
1. 이케가야 유지 (2012), 단순한 뇌 복잡한 뇌, 이규원 옮김, 은행나무
2. Lee Ross, David Greene1, & Pamela House (1977), The “false consensus effect”: An egocentric bias in social perception and attribution processe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13, Issue 3, 279-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