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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복 Oct 25. 2019

남에게 손가락질 말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제1원칙

어둑어둑 어둠이 깔리는 초저녁 한 대의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 차의 뒷유리에는 ‘나도 내가 무서워요’라고 초보 운전자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차에는 라이트가 켜 있지 않았다. 야간에는 라이트를 켜는 것이 운전자의 상식인데 아마 깜빡 잊었나 보다. 때마침 옆을 달리던 여성 버스 기사가 이를 알려주려는 듯 정지 신호를 받자 그 승용차 옆에 나란히 섰다. 문을 열고 “언니, 눈 떠”라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승용차의 운전자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파란불이 켜지자 바로 달려 나갔다.  


이들은 얼마 가지 않아 또 정지 신호를 받고 나란히 서게 되었다. 버스 기사는 이번에도 다시 문을 열더니 “언니, 눈 뜨라니까!”라는 말을 되뇌었다. 참다못한 승용차 운전자는 버스 기사를 향하여 “왜 따라오면서 사람을 위협하나요?”라고 버럭 화를 냈다. 버스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이 이 버스 기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이 버스 기사도 몹시 기분이 상했다. 승용차 운전자에게 “라이트를 켜라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나쁜가요?”라고 쏘아붙였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되레 화를 내? 괘씸하네.’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기사가 지식의 저주라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지식의 저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행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 내 말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기사가 아닌 일반인은 ‘눈 떠’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눈 떠’가 아니라 ‘헤드 라이트가 꺼져 있으니 끄세요.’라고. 


이 사례에서 사실, ‘눈 떠’라는 말은 이 버스 기사가‘라이트를 켠다.’는 의미로 동료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는 처음 듣는 말이었고, ‘눈 뜨고 똑바로 운전하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대개 지식의 저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소통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찾으려고 돋보기를 들이댄다. 반면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혹시 ‘내가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았을까’라고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지식의 저주가 발생하면 흔히 상대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치부한다. 당신이 ‘지식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신 자신에게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최소한 소통 문제의 50퍼센트 정도는 ‘내 책임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솔직함이 필요하다. 남은 속일 수 있어도 당신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먼저 당신에게 눈을 돌려 보자. 지식의 저주에서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내가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눈으로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볼 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된다.


당신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말을 하기 때문에 지식의 저주에 빠질 리가 없다고? 

당신이 대화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돌려 봐라. 그 영상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내가 저렇게 상대가 이해 못할 얘기를 하다니!’


남 얘기가 아니다. 바로 당신 얘기다. 

상대방이 소통 문제의 범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당신의 세 손가락은 당신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라. 




(이 원고에 준비되어 있는 제1원칙의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시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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