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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복 Oct 26. 2019

올챙이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제2원칙 

지식의 저주가 생기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올챙이였던 시절을 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것을 잘 모를 때는 그렇게 어렵게 보였던 것이 일단 익숙해지면 아주 쉬워 보인다. 처음에 동영상을 만들고 편집할 때는 이것저것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숙달된 후에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이 알수록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가르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멘토링 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후배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선배로부터 배울 수 있는 좋은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가 종종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팅 장(Ting Zhang) 교수가 말하듯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 멘토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초보에게 전달하는 것이 꽤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멘토인 선배는 자신이 초보 시절에 겪었던 어려움, 그때 가졌던 심정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후배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르치고 후배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해주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어떻게 하면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초보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어려움과 심정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예컨대, 기타 고수가 초보를 가르칠 때 자신이 초보가 되어 본다. 이런 경험은 간단히 할 수 있다. 기타 치는 손을 바꿔보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치게 한다. 당연히 손이 바뀌었기 때문에 서툴게 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기타 전문가는 초보자들에게 훨씬 쉽게 잘 가르친다. 초보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팅 장 교수는 인턴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인턴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일기 형식으로 쓰게 했다. 일기에는 그날 새롭게 안 사실, 예상치 못한 어려운 점 등 주요 사건들을 담게 했다. 이렇게 쓴 일기는 타임캡슐에 넣은 후 나중에 열어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인턴 초보 시절에 일기를 쓰게 한 목적은 나중에 인턴 경험이 쌓였을 때 그것을 보면서 초보 때의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두 달 간의 인턴이 끝나면 학생들은 인턴 활동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이때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인턴 경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그룹에게는 인턴 시절 자신이 쓴 일기를 타임캡슐에서 꺼내어 보며 인턴 초보 때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재발견 그룹이라 부름). 다른 그룹에게는 일기를 주지 않고 그냥 자신의 인턴 경험을 회상해보라고 했다(단순 회상 그룹이라 부름).


그런 후 두 그룹 모두에게 인턴을 할 예정인 후배들에게 인턴 생활에 대해 조언을 하도록 했다. 어느 그룹이 조언을 더 잘했을까?


‘재발견 그룹’이었다.

‘단순 회상 그룹’은 ‘의미 있는 인턴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다.’와 같이 모호하게 조언을 했다. 이 말을 들은 후배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반면에‘재발견 그룹’은‘멘토를 찾아서 당신이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하십시오’와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이 가능한 조언을 해 주었다. 자신의 초보자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가르친 것이다.1




경영의 그루라고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방법도 매우 도움이 된다. 계획 당시 예상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할 때마다 그 결과를 예상하여 적어둔다. 그리고 실제 결과가 나오면 이것을 예상했던 결과와 비교해 본다. 자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맞았는지 살펴보고 맞지 않았으면 왜 그런지를 성찰해 본다. 아마 많은 경우 자신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초에 자신이 잘 못 생각했다는 것,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과 보다 겸손하게 대화를 하게 된다.2


이 방법을 소통에 적용해보자. 


소통을 하기 전에 당신의 말을 상대가 얼마나 잘 이해할지를 예상해 본다. 그 후 소통을 하고 나서 상대가 실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당초 예상했던 것과 이 결과를 비교해 본다. 그러면 당신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상대방이 이해한 것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당신이 초보시절에 얼마나 소통을 잘 못 했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대화를 그만큼 쉽게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 문헌>

1. Zhang, T., Kim, T., Wood Brooks, A., Gino, F., & Norton, M.(October 2014), "A 'Present' for the Future: The Unexpected Value of Rediscovery." Psychological Science 25, no. 10, 1851–1860. 

2. 크리스토퍼호 로마스 (2018), 아인슈타인의 보스, 박종성 옮김, 더난출판 


(이 원고에 준비되어 있는 제2원칙의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시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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