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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5. 2016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인간이 기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순간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1408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기술을 포함한 미래형 차량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는 2015년 10월 15일 ‘테슬라 버전 7.0’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을 출시했다. 사용후기가 속속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데, 차선이탈방지시스템과 어댑티드 크루즈 콘트롤이 결합된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운전자는 여전히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운전대에 손을 가까이하고 있어야 하지만, 이미 출시된 자동차의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되는 모습을 테슬라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애플이나 구글이 새로운 휴대전화 운영체제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는 모습과 유사하다.


올해 개최된 CES 2015에서 디터 체체 다임러 벤츠 회장은 “자동차는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는 역할을 넘어서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ES 2015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자율주행기술을 포함한 미래형 차량기술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자율주행차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 놓았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4분기에 출시되는 신형 에쿠스에 자율주행지원시스템을 도입한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서 후방추돌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아직도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를 서로 분리된 기기로 생각한다”고 꼬집는다. 자동차야말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기기라는 의미다.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혁신적으로 결합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자율주행 기능이야 말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라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는 이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급속하게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항상 연결된 모바일 기기로서 자율주행기능까지 갖게 되었을 때 인류는 자동차 안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운전대에서 완벽하게 손을 떼고 전방을 주시할 필요가 없게 된다면, 자동차를 타고 이동은 하지만 운전에서 해방된다. ‘운전자’라는 개념은 사라지며 탑승자들은 창밖의 경치를 보거나 동승자와 얼굴을 마주 보며 이동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전면유리는 거대한 모니터로 전환될 수 있도록 투명스크린이 설치될 것이며, 무선으로 연결된 입력장치나 음성인식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처리를 하거나 영화감상 등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제 자동차는 사람이 탈 수 있는 모바일기기로서 명실공이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변모하게 된다. 




“사람에 의한 운전은 금지될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를 둘러싼 법률문제의 변화는 법률가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우선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되므로 운전면허가 필요 없게 된다. 엘론 머스크는 미래에는 사람에 의한 운전은 위험하므로 금지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교통정보를 주고받으며 인근 차량과 교신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첫 번째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몰아내는 것이다. 


운수업 자체의 소용돌이도 예상된다. 원격으로 조종되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운수업을 하게 되므로 미국의 공유경제 택시회사 우버(UBER)와 같은 회사가 많이 등장해 자율주행차로 택시업이나 화물운수업을 하게 된다. 우버는 최근 운전자들이 ‘근로자’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큰 고민에 빠져 있으니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를 누구보다 기다리는 회사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본질적 변화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자동차를 불러 쓸 수 있으므로 주차면적과 유지비를 부담해 가며 자동차를 소유하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교통사고 처리도 사뭇 달라질 것이다. 사고발생이 훨씬 줄겠지만 자율주행차끼리 충돌했을 경우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은 있어도 가해자는 없게 된다. 현재 도로교통법도 전면적으로 다시 써야 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은 사람에 의한 운전을 전제로 많은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에 의한 운전을 하게 되므로 설사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되더라도 ‘운전자’를 벌하지 못하게 된다. 교통당국은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한 상황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오류’를 수정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자동차에는 각종 감지기와 기록장치가 장착돼 있으므로 교통사고 원인도 신속하게 규명돼 법적 책임이 가려질 것이다. 구글과 애플이 서로 교통사고의 원인은 상대방 차량의 소프트웨어 결함이라며 법정에서 사운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둘러싼 보험산업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운전자가 아니므로 운전자보험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부담하게 될 주체는 자동차 제조사이므로 자동차 제조사가 보험가입자가 된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고발생 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되므로 자동차보험산업은 쇠퇴하게 될 것이다.


노동법도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는 이동하는 생활공간이자 사무공간이 되므로 이동하는 시간에 자동차를 컴퓨터로 활용해 업무를 보게 된다. 나아가 자동차에서 1인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 어디서든 자동차는 훌륭한 사무공간이 된다. 회사들은 점점 직원들에게 사무실 대신 자동차에서 일하라고 하면서 공간임대 비용을 줄이게 된다. 나만의 공간이면서 밀폐돼 주변과 차단된 사무공간으로서 자동차가 재탄생하게 된다. 


재택근무가 아닌 탑승근무를 하게 되므로 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게 된다. 사람이 대면하지 않고 일을 하게 되는 근로문화의 변화를 자율주행차가 열게 되면 궁극적으로 회사에서 모여서 일하는 문화도 소멸해 나갈 것이다. 설비와 장소를 제공하는 곳으로서 회사가 필요 없게 되는 업종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각종 계측도구를 통해 근무충실도를 측정하게 되므로 노동 감시는 더욱 철저해져 노동운동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렇게 변해 나갈 세상에서 우리 경제가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의 혁신적 자세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은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가하고 기술개발을 후원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모바일 서비스 산업으로서 글로벌 서비스 경쟁 앞에 놓여 있다. 국내형 규제를 고수해서는 특허생태계의 발전도 가로막게 되므로 이미 시장에 선진입한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의 특허장벽에 좌절하게 된다. 결국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에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송두리째 내놓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자동차 시장에서 몰아치는 O2O(Online to Offline)의 돌풍이 무섭기만 하다. 우리 국회의원과 정부의 혜안을 바란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1호(2015년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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