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페인팅 / 모자
오래전 일이다. 내가 그린 호랑이 모자를 쓰고 시장에 갔었다. 대구에서 꽤 큰 재래시장 안에 모자가게가 여러 곳이 있다. 그 당시에 내가 몇 번 들른 곳이기도 하다. 그 날은 주인아저씨가 안 계셨고, 그 아들이 있었다. 나는 그림 그릴 검은 모자를 찾고 있었고, 그 주인 아들은 내 모자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찾고 있던 모자를 몇 개 찾았고, 그 아들은 내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스냅백에 자신이 좋아하는 원피스에 나오는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 쵸파, 로빈, 프랑티, 브룩. 이렇게 9명을 빙 둘러 그대로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인 아들은 내가 사고 싶은 모자 몇 개를 싸게 해 주었고, 나 역시 그림값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받았다.
다른 그림보다 이 만화 그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고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였다. 사진은 앞면만 찍혀있는 것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모자 뒷부분까지 꽉 차게 그렸다. 모자에 만화 주인공을 그리는 작업은 처음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완성하고 갖다 주었더니, 그 주인 아들은 만족해했다.
당장 그림 그릴 모자는 없지만, 오늘따라 모자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