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찾다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환자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아름답게 작별을 하는 것일까.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인 것 같다.
2017년 7월 인물과 사상사에서 출판되었고, 옮긴이는 유자화이고 저자는 재닛 웨어다.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22년간 일을 했다. 그중에 17년은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들을 돌보았다. 현재는 말기 환자와 임종 환자에게 호스피스 완화 돌봄을 제공하는 조직인 하버 라이트 호스피스에서 일하고 있다.
간호사 중에 호스피스 간호사는 좀 생소할 수 있다. 주변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임종 증상 관리를 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환자를 교육할 수 있게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환자가 임종과정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겪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호스피스에 관해 잘 알지 못해 찾아봤다.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가 되려면 최근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대학원 수준의 교육기관에서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자격증을 취득하여야 한다고 한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삶과 간호 경력에 영향력을 남긴 환자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에 나오는 환자들은 실제 인물들이라고 한다. 살아온 방식이 전혀 다른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다 다른 모습임을 볼 수 있다.
새벽에 자다가 호출이 되어 가면 환자는 임종을 하였고, 저자는 가족들과 의사에게 임종을 알리고,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는 글이 나온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새벽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임종을 매번 지켜보며 가는 길을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는 거룩하다. 여러 환자들의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환자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임종 증상은 이렇다. 환자가 이전에 하던 활동, 관심사, 심지어 사람과도 거리를 둔다고 한다. 그리고 먹고 마시는 일에도 관심이 없어진다고 한다. 당연히 몸과 기력이 쇠하여 배설작용과 삼키는 능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호흡이 멈추고, 피부는 창백해지고, 손발은 차가워진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노쇠하여 가는구나 싶은 게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임종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닫히는 감각은 청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치매나 다른 인지능력에 제한이 있는 환자는 심지어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라도 정신이 온전한 사람을 대하듯 하라고 한다. 아래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음식이나 수분 공금이 전혀 없이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가 있었다. 의사는 그가 열흘을 버티기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2주일을 넘기고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신체의 장기들은 벌써 탈수 상태에 빠졌지만, 그 상태로 거의 보름을 버텼다. 그의 아들이 중국에 살고 있는데, 예약이 가능했던 비행기가 24시간이 지나야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아내는 아들이 아버지를 안심시킬 수 있도록 남편의 귀에 전화기를 대주었다. “저, 가고 있어요, 아버지. 아버지, 사랑해요. 금요일 저녁 8시에 도착해요” 당연히 환자는 금요일 저녁 8시까지 버텨냈다. 그는 아들과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렸다가 저녁 9시에 숨을 거두었다. 그가 떠나기 전에 완수해야 했던 일 목록의 마지막 항목을 이행한 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두고 가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라는 글귀를 보고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할 부분이었다. 보통 죽음을 앞둔 환자를 잘 보내기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떠나는 환자입장에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이 한마디 만으로도 떠나는 사람은 마음 편히 갈 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런 심정이 들겠구나. 이 책을 보며 죽음에 관해 받아들이는 서로의 입장에 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호스피스가 하는 일은 무척이나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무나 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다. 막연하게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책을 통해 죽음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받아들여하는 변화의 한 과정임을 알 수가 있었다. 평온하게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현재를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