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가장 좋았던 순간을 들자면 혼자 떠났던 지리산과 통영여행이었다.
며칠 동안 내가 했던 말은 식당 아주머니와
호텔 데스크 직원분과의 대화가 전부였고
다 더해도 대화의 횟수는 20회가 안되었던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니 조용함이 찾아왔고 조용해지니
주위의 무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음이 들린다’는 말은 우습기도 하지만
내 느낌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다.
윙~귓가에 울리는 공기소리와 의미 없는 주변소음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번갈아 가며 말소리가 없는
무음대역을 만들어 날 감싸줄 때
온전히 말없이 사유하는 시간이 찾아오고
그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고독 에너지‘가 있다.
우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벅찬 날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불안하고 한없이 내가 지질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나도 내가 싫은 그런 날..
내 마음 나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기에 웃으며
사교적이어야 하는 압박까지 더해지면
더 마음이 엉망진창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혼자여서 얻을 수 있는 ’ 고독 에너지‘가
필요하다.
음악을 혼자 시작했을 때 뭔가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할 일이 없어
건반 앞에 혼자 앉아있던 시간이 어떤 때는 초라했지만
그때 얻었던 고독 에너지로 어떻게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어린 날 힘든 시기를 버텼을 거다.
우리는 가끔 아무것도 설명하고 싶지 않을 때는
말을 안 해도 되고 주변에 덜 친절해도 되고
그저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은 잠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으니 서로서로 그래 보인다면
충전 중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받아주자.
P.S 나 놈 지리산 통영 고독에너지는 좀 오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