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 한 삼년 정신 수양 좀 하고 오자!
그해 초 여름인가 기억조차 가물 거리는
그때 고향의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시린 속을 달래며 입영을 하던 날 엄니는
오리정 언덕 고갯 마루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을
뒤로 하고 시장통에 사거리를 돌아서는
나는 차부에 걸어가면서 눈시울을 훔치
며 이제는 죽더라도 군대에 가서 죽자고
마음을 다지던 풋내 나는 그 시절의 내가
떠오릅니다 ,
남들 보다는 호적이 늦은 탓인지 사회에
적응을 하면서 미련을 다 떨치지 못하고
군에 입대를 하는 나는 마음속엔 거부할
수가 없는 두려움과 정리하지 못한 아쉬
움에 좋아했던 여인과의 헤어짐에 그때
는 아픔으로 다가오던 시절이었지요!
마음은 이제는 다 털어내 버리고 가자고
하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그 여인의 흔적
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일부러 가는 길목
에 이발소에 들러 긴 장발의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리고 차부로 갔는데 엄니는 언제
왔는지 머리에 흰 수건을 동여 메고 월남
치마 차림에 내 손목을 잡고서 가는 길에
엄니가 따라주는 술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하면서 다 잊어버리고 잘 다녀와라 하며
나를 배웅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
입영열차로 가는 버스에 타고 집결지에
가는 나는 엄니가 따라준 작별주 한잔을
마시고 가면서 갑자기 터져 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울고 나니 그제야 무슨 마음인지 후련
한 것에 '그려' 한 삼 년 정신 수양 좀 하자''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담담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달려가서 열차에 몸을
던지며 눈을 감았었던 나는 대한민국의
육군 병장으로 제대를 하였지요~!!
훗날 차디찬 사회에서 부닥치고 헤쳐서
나가는 수많은 과정 속에 돌아보니 지난
날에 군시절은 젊은 날에 한때의 순수한
추억에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던 더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면서 지금도
엄니가 따라준 시골버스 차부에서 한잔
술이 그립기만 하는 나는 이제는 초로의
나이가 되어 고향의 오지 산골에서 저물
어가는 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변산의 아름다운 산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