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찬물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설거지를 하든
그 시절 새벽이면 나만 불러대는 엄니가
싫은 나는 들볶아도 일어나지 않으면은
부지깽이를 들고 이불을 걷어 재끼면서
두들겨 대는 엄니가 무서워서 할 수 없이
오리주둥이가 되어서 일어나는 한 겨울
아홉 살짜리 나였습니다~^^
정지간 아궁이에 있는 쟤를퍼 넘서 밭에
버리고 밤새워 내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순자네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날르려면
눈길을 만들어야 되고 아침밥을 하려면
무쇠솥에 불을 지펴야만 되는 것이 내 일
이었 구먼요~^^
두부집에 가서 두부도 사 와야 되고 매일
아침만 되면 엄니는 내가 마치 머슴이나
되는 것처럼 부리는 것 같은 마음에 서운
함에 철없이 엄니가 밉기만 한 아홉 살의
소년이었지요~!!
동내 집집마다 식구들이 대충 십여 명이
다 되어서 삼대가 한집에 사는 경우들이
대부분 이어서 그야말로 시끌벅적한데
아침밥을 차려야 되고 도시락도 일일이
챙겨주어야 하는 엄니는 정신이 없었고
정작에 당신은 끼니를 먹지도 못하기도
하던 그때이었지요~!
온 식구를 치다꺼리를 하고 나서 또 어른
들의 상들도 봐야 되는 매일 같은 전쟁통
같은 아침 일상을 치른 엄니는 식구들이
남긴 반찬에 누룽지를 찬물에 불려 정지
간 부뚜막에 앉아 배를 채우고 겨울바람
도 시린 찬물에 손은 호호 불어가며 설 것
이를 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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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아침에 물을 데우기가 귀찮은지
내가 쓴 설거지 거리를 들고서 냇가옆에
가서 잡초를 한 움큼 뜯어서 모래를 묻혀
설거지를 하다가 문뜩 떠 오른 지난날의
엄니와의 추억에 한 페이지이지요~^^
그 시절 사남이녀의 여덟 식구들을 뒷치
닥거리를 엄니홀로 다하던 때 새벽도 멀
은데 나만 불러대는 엄니가 밉기도 했든
나이었지만 이제 두해만 되면은 백세가
되는 엄니는 읍내의 요양병원에서 수년
간을 누워만 계시는데 사는 것이 바쁘지
도 않은 나는 가끔은 당신을 잊어버리고
살 때도 있는 것이 문득 아픔으로 다가 오
기도 하는 산골입니다~~~
*내변산의 아름다운 산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