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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Nov 12. 2019

바다는 늘 후회한다

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깊은 한숨 내 쉰 망망대해
갈 곳 잃은 나비 하나가 날개를 접고
고요 속에 잠든 소금산을 오른다


산등성이 나무 끝에 매달린 채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하얀 배

방황에 명찰을 달았다


도끼로 둔갑한 바람은

보이지 않는 흉터를 새겼다

파도는 탯줄 없이 태어난다

미련 없이 떠나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바람이 알리 없다

파도만이 울어준다

고요 속에, 한숨 속에
남겨진다. 녹아든다. 희미해진다. 소멸한다.

그리고 밤이 찾아온다.

결국

떠나 온 것은 나인데
남겨진 것도 나였다


마침내

사라진건 우리였다.



#시 #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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