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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May 01. 2018

이 정도는 돼야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우연찮은 기회로 출간을 앞둔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본의 아니게 제목이 뭔가 내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아서 끌렸다. 그리고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송혜진 교수님의 ‘꿈꾸는 거문고’(컬처그라퍼)로 알게 된 ‘출판사’ 안그라픽스의 책이라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북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 그리고 책까지 쓴 요리후지 분페이(寄藤文平)의 자전적 에세이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경험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가볍고 진솔하게 써냈다. 디자이너 혹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 세계가 궁금하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는 디자인과 무척 먼 세계에 살지만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과 편집디자인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문장에 폭 빠져 읽었다.



역시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보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는 세상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저자가 한 말이지만, 독자인 내가 읊은 말이기도 하다. 은연중에 문장에 담긴 저자의 감각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담을 곁들이자면, 번역서를 읽고 있음에도 원서를 상상하게 하는 안그라픽스의 편집 감각이 정말 뛰어나다. 잉크펜을 들고 사각사각 적은 듯한 폰트와 깔끔한 레이아웃, 책장 넘기는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얇은 종이까지. (특히 폰트의 획이 가타카나와 비슷해 번역서의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가제본을 독자에게 공개할 정도니… 편집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타인의 직업 세계를 엿본 것뿐이지만 내게는 소소한 위로와 든든한 용기를 주었던 요리후지 분페이의 글귀를 옮겨본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 꼭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마치 반작용과 같습니다.
일이라는 거센 작용으로 단련되어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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