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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May 31. 2018

10대의 반란

2018 모다페 폐막작-NDT 2

올해로 37회를 맞은 모다페(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국제현대무용제)가 폐막 공연으로 NDT 2(Nederlands Dans Theater 2)를 초청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초청단체의 수준이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폐막작을 세컨드 컴퍼니가 장식한다는 소식은 조금 놀랍긴 했다. 축제의 마지막 공연은 27일이지만 23~24일 공연하는 NDT 2가 ‘폐막’ 타이틀을 달았는데, 단체의 투어 일정에 맞춘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NDT 2는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1)의 단원을 양성하기 위한 세컨드 컴퍼니다. 적지 않은 수의 단체가 이러한 형식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NDT 2 덕분에 NDT가 그만의 스타일과 명성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7세부터 23세까지(입단은 21세까지) 구성된 젊은 단체답게 젊은 센스가 돋보이는 세 개의 소품을 선보였다.


©Daisy Komen Photography


요한 잉에르(Johan Inger) ‘I New Then’

보헤미안 감성의 기타 반주에 맞춘 노래가 흘러나오고, 앳된 모습이 역력한 소년소녀들이 달려 나온다. 비교적 10대들로 보이는 무용수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활력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별한 연출이나 장치 없이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로 아카데믹하게 잘 짜인 작품. 집단주의에 갇히고 싶지 않은,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한바탕 에피소드를 가사 있는 음악에 맞게 적절하게 풀어냈다. 별다른 장치는 없지만 상수 옆막에만 조명을 설치하고, 반대쪽은 벽으로 막아 그림자 효과를 준 것이 독특했다. 젊은 무용수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신체성을 십분 살렸다.


©John Ross


솔 레옹(Sol León)&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Sad Case’

일종의 블랙 코미디류의 작품이다. 누디 톤 레오타드를 입고 몸 구석구석에 검은 칠을 한 무용수들이 코믹하고도 풍자적인 안무를 소화한다. 동물을 의인화하기도 하고, 대사를 사용하기도 하며, 음악 속 의성어나 의태어를 춤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라틴풍의 흥겨운 음악과 그 음악적 뉘앙스를 몸으로 표현하는 측면이 뛰어났다. 다만 앞선 작품과 아이디어가 유사한 부분이 많아 그리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니었다. 무용수 다섯 명을 3명과 2명, 4명과 1명 식으로 분할해 춤을 구성하는 방법이나, 스토리는 없지만 극적 표현을 추구한다는 점이 유사했다.


©Peter Greig


알렉산데르 에크만(Alexander Ekman) ‘Cacti’

1984년생, 요즘 가장 ‘핫’한 안무가 에크만의 2010년 작품 ‘Cacti’는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완벽한 시너지를 이뤄냈다. 에크만이 NDT 2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함께 작업한 연작 가운데 시각적으로 가장 다채로운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단 20분밖에 쉬지 못했음에도,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스피드와 활력으로 공연의 마지막을 이끌어 나갔다. 네모난 프레임 위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 무용수들은 자신의 신체를 두드리거나 목소리를 내며 클래식 음악에 사운드를 더했고, 철저하게 계산된 동작들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여러 악기 파트를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에크만은 이 장면을 ‘human orchestra’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재치 있게 편곡된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여기에 조명과 무대 세트가 층위를 만들어냈고 무용수들의 유쾌한 움직임이 즐거움을 더했다.


무용수의 수명은 매우 짧다. 20대 초반 나이에 뿜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중견의 연륜에 견주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NDT 2는 신진 안무가에게 문을 활짝 열고 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온전히 흡수했다. 반드시 완전하지 않아도 좋다는 ‘실험’은 도리어 기성세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Johan Per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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