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희 Jul 04. 2016

빛나는 보석들의 향연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2014년 6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김지영-김현웅 커플의 ‘돈키호테’ (사진제공=국립발레단)


올해 국립발레단이 올린 ‘돈키호테’는 여러 이유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워싱턴 발레에서 활동하던 김현웅이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서는 복귀 무대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이 집중됐다. 스페인의 한낮처럼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토요일, 노련한 선배 커플 김지영·김현웅과 신예 커플 이은원·김기완이 각각 무대에 섰다.


김현웅의 복귀는 그의 무대를 오래도록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바질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시원시원한 동작들이 눈에 띄었고, 특히 키트리의 두 친구와 함께 추는 파 드 트루아의 첫 점프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다. 김지영과의 파트너십은 다소 흔들리는 지점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젊은 시절의 풋풋함에 성숙함을 더한 김지영의 키트리는 테크닉은 두말할 것 없고 걸음걸이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났다.


국립발레단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은원·김기완 커플의 무대는 싱그러움이 풍겨 났다. 김현웅이 카사노바 기질을 물씬 풍기는 바질이라면, 김기완은 아직 풋내가 가시지 않은 바람둥이의 모습이었다. 특히 깔끔한 테크닉이 돋보였는데, 3막 결혼식 파드되의 솔로에서는 일곱 번의 연속 투르 앙 레르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은 이은원은 능수능란하기보다 아직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무대를 빛내는 훌륭한 무용수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키트리의 두 친구 신승원과 박예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든든하게 무대를 지원했고, 처음 거리의 무희로 나선 한나래는 긴장한 때문인지 실수가 종종 보이긴 했지만 긴 팔다리와 우아한 라인이 돋보이는 무용수였다. 산초 판자를 연기한 김경식의 일품 연기는 작품의 희극적인 요소를 더했다.


무용수들 덕분일까. 이번 공연은 완성도를 평가하기에 앞서 숨겨진 보석이 빛을 밝히고 그 빛들이 어우러져 광채를 발하는 아름다움의 향연이었다.


* 월간 객석 2014년 8월호 ‘공연수첩’에서 발췌

매거진의 이전글 고전의 승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