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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Jun 26. 2016

소소한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

세종예술시장 소소

2013년부터 열린 세종예술시장 소소는 예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예술과 재능을 나누는 공간으로 꽃피우고 있다.


서울시내의 빼곡한 빌딩들 사이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의 뒤로 돌아가면 ‘예술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뜰이 등장한다. 야외 전시회와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저 주변 직장인들의 쉼터로 변해버린 이곳에 지난해부터 주말시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 주최로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진제공=세종예술시장 소소)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 ‘소소하다’에서 유래한 세종예술시장 소소는 그 이름처럼 크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규모의 창작물이 중심이 되는 시장, 일반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즐길 수 있는 시장, 소소한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시장. 도심 곳곳에 프리마켓이 유행하는 요즘, ‘소소’는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예술을 나눠주고 있다.


매주 토요일, 곳곳에 파란 풍선이 걸리고 소소프렌즈(참여작가를 지칭)의 창작물이 삼삼오오 모여 시장이 꾸려진다. 개성이 뚜렷한 독립출판물부터 아기자기한 디자인소품, 눈길을 끄는 사진·드로잉·일러스트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깃들어 있다. 정오를 지난 시각 예술의 정원이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비로소 시장이 활기를 띤다. 한편에서는 이곳을 찾은 손님들을 위한 공연이 펼쳐진다. 하반기 들어 처음 시장이 열린 날에는 자라섬 재즈 동요 프로젝트 ‘재즈모험단 재키즈’가 동물 소품과 악기를 활용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어린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캐리커처 작가들의 공간에는 가족·연인 단위의 손님들이 북적였다. 작가별 다양한 그림체의 작품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특히 재생지로 만든 종이봉투에 그려주는 ‘봉지 초상화’가 인기다. 완성된 초상화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면 실물과는 또 다른 ‘예술적인 나’가 된다. 드라이플라워로 장식하고 즉석에서 타자기로 또각또각 글자를 써주는 카드는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는 상품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함이 매력이다. 자신이 직접 촬영한 여행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는 손님과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공유하느라 여념 없다. 자녀와 함께 내어놓은 패브릭 제품에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손님이 없을 때면 “그건 어떻게 하신 거예요?”라며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는 작가들의 모습 또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사진제공=세종예술시장 소소)


다양한 창작물 중에서도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핵심은 단연 독립출판물이다. ‘본격 덕질 장려 잡지’라든가,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시집을 낸다는 ‘시월세집’을 비롯해 다양한 크기와 스타일의 서적이 가득했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책과 잡지를 구입하려는 손님뿐 아니라 독립매체를 출간하고 싶어 조언을 구하러 온 사람들도 상당수 보였다. 선배로서 같은 꿈을 응원하며 열띤 상담을 펼치는 작가와 그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예비 작가의 대화로 하여금 이곳은 단순히 예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닌 예술과 재능을 나누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최근 ‘소소’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기획해 ‘시장’이라는 틀을 확장해가고 있다. 공연뿐 아니라 샐러드 영화제, 디노마드학교와 함께 하는 디자인·독립출판물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곳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10월에는 귀로 즐기고, 눈으로 즐기는 ‘음반 디자인의 재발견’, 가을에 빠져보는 ‘인문학과 여행 세상’,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함께 고민해보는 ‘Our Earth’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 월간 객석 2014년 10월호 문화공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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